Page 72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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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앨범_최종_월간사진 2018-09-19 오후 4:17 페이지 3
Cebuano 14 ⓒ권양훈
세부 속 세부를 함께 들여다보다
권양훈 & 설소영
이들 부부가 사랑하는 촬영지는 필리핀 세부다. 촬영을 위한 방문만 무려 열댓
번. 그들의 사진 속 세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눈부신 해변과 럭셔리한 리
조트가 있는 휴양지의 모습이 아니다. 마치 껍질을 벗기고 세부의 감춰져 있던
속살을 들여다보듯, 굉장히 현실적인 마을 풍경이다. 그곳만의 다채롭고 밝은
분위기, 긍정적인 삶의 모습에 이끌려 꾸준히 세부를 뷰파인더에 담아온 이들
부부는 얼마 전 <세부아노(Cebuano)>라는 타이틀의 첫 부부 사진전을 열었
다. 2015년 12월 이들은 함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계기
Cebuano 6 ⓒ설소영 는 ‘공간이다’에서 진행했던 사진교실이었다. 이때만 해도 취미로 여겼던 사
진이 이제 부부에게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작업이 되었다.
세부의 빠실(pasil) 지역의 일상을 담아낸 이 사진들은 1970년대 무렵 우리나
라를 연상시킨다. 집 앞에 빨래를 줄지어 널어놓고, 거리에는 노점상이 즐비하
며, 골목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권양훈은 “그곳에
가면 마치 우연히 표류한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된 것 같다.”고 표현한
다.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도 부부의 사진을 보면 비슷한 듯 다르다. 권양훈
은 평소 그의 성격만큼이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세부 사람들의 생생
한 삶의 장면을 포착하는 반면, 인물이 없는 잔잔한 풍경에서 선과 색의 구성
을 만들어나가는 설소영은 비교적 정적인 사진을 찍는다. 각자 다른 시각을 가
진 부부가 꾸준히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은, 서로를 인정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사진을 배우는 것이라고. 그 목표란, 세부아노의 행복과 사랑, 밝은 에너
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Cebuano 30 ⓒ권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