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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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에디터뷰_ok_월간사진  2018-06-20  오후 11:29  페이지 038






               Editor's View ditor’s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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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까지 자하미술관에 전시된 임채욱의 설치작품. 한
                                                                                             지를 구겨서 완성한 것으로 폭 7미터, 높이 2미터에 달한다.



                                               한 지 예 찬 론




                       최근 ‘한지’가 전에 없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물론 매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진과는 친
                       하려야 친할 수가 없었다. 한지는 일반 용지처럼 매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색 표현이 잘 되지도 않는다. 그런
                       와중에 국내 몇몇 사진가들은 소신을 갖고 한지 프린트를 꾸준히 선보였다. 그중 대표적인 사진가가 이정진이
                       다. 7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를 연 그녀는 한지 프린트로 유명하다. 작가가 촬영한 고독한
                       풍경도,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정물사진도 모두 한지와 만났을 때 미적인 가치가 극대화된다. 그녀는 아직도 한
                       지에 감광유제를 발라 인화하는 전통적인 수공 방식을 고수한다.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국내 사진가 중 하나
                       로 꼽히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임채욱 작가 역시 5월, 6월 두 차례 전시를 통해 한지 작품을 선보였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감성을 유감없
                       이 드러낸 전시로 기억한다. 북한산 인수봉의 절경이 한지 위에 등장한 순간,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
                       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게다가 한지의 결 위에 표현된 의외로(!) 섬세한 숲과 설산의 텍스
                       처를 보고 새삼 ‘한지에 이런 힘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디스플레이 된 액자에는 당연히 유리가 없었다. 아마
                       도 한지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였으리라.
                       임채욱 작가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한지를 구겨 완성하는 설치작품이다. 한지에 프린트를 하고 그것
                       을 산 모양, 바위 모양으로 구겨서 울퉁불퉁한 입체 형상을 완성한다. 인수봉을 축소해서 옮겨다놓은 것 같은 한
                       지 작품은, 한 시간 동안 관람객 앞에서 퍼포먼스처럼 만들어진다.  자그마치 폭이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입체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입이 떡 하고 벌어질 정도다. 놀랍게도 한지는 인터랙티브 아트에도 활용된다. 한지가 반
                       투명이기에 가능한 일. 설치작품 안에 LED 조명을 넣으면, 그 불빛이 다양한 소리의 음파에 맞춰 반응을 한다.
                       관람자의 목소리나 음악의 선율에 따라 컬러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
                       실제 한지의 주된 재료는 닥나무 껍질이다. 그래서인지 질기고 유연하다. 중성용지라서 일반 용지에 비해 변색
                       도 덜 되고 지문이 묻을 염려도 적다. 하지만 표면이 거칠고 지분(종이 보푸레기)이 많아서 프린트를 할 때면 종
                       종 프린트헤드가 막히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동안 사진가들이 한지를 외면했던 이유 중 하나다. 임채욱 작가는
                       2009년 한지 전문 제지사와 힘을 합쳐 직접 파인아트용 한지를 개발했다. 한지의 특성은 최대한 살리되, 사진
                       가들을 괴롭혔던 단점을 개선한 것. 지금은 자신이 개발한 그 한지를 사용해서 직접 프린트를 한다. 이 분야에서                    반투명 한지를 이용해 만든 인터랙
                       임채욱 작가는 단연 독보적이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는 시대이기에, 그의 장인정신은 더욱 빛나 보인다.                       티브 작품. 관람자의 목소리나 음악
                                                                                                        에 따라 LED조명의 컬러가 리드미
                       글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이정우                                                           컬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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