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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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74-B ⓒ Todd Hido


               심연으로의 초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의도적인 고립에서 탄생한 그의 작업은 명확함과는 거리가 있
                                                                       다. 뚜렷하지 않기에, 보는 이를 상상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듯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한 장의 사진만 봐서는 토드 하이도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애매모호         도, 이는 토드 하이도 작업에서 유일하게 발견되는 ‘명확한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자
               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풍경사진은 집 외관을 스냅 형식으로 툭툭 찍은 것 같고, 인테        신을 돌아보기 위해, 또 지금까지 답을 내리지 못한 것을 탐구하기 위해 사진을 찍듯,
               리어사진은 ‘존재했음’의 흔적을 기록한 듯하며, 초상사진 속 여성들은 부자연스러운           그는 보는 이가 자신의 사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일련번호’ 같
               행동과 함께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진들을 관통하는 분위기           은 작품 제목도 이와 같은 결을 유지한다.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숫자와 알
               만큼은 일관성이 있다. 사진을 휘감고 있는 건 불안함과 우울함이다. 더욱이 화창한 날         파벳만으로 구성된 작품 제목은 작품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요소
               씨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촬영을 했지만, 사진 속 날씨는 죄다 꿉꿉하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들을 모아 놓고 보니 위력을 발휘한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살면서 누구
               나 한 번쯤은 겪는 심연의 시간을 묘사하는 것만 같다. 단, 피사체와 거리를 둔 까닭에        수동적인 여성?
               보는 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
               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떠오르게 한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초상사진이다. 어두침침한 좁은 공간에 반
               다. 영화 제목이 주는 음침함이 사진에 서린 것도 그렇지만, 무심해서 어쩌면 ‘객관적’        나체인 여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포즈 역시 수동적이고, 표정은 오묘하다. 비판의 대
               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카메라 앵글까지 유사하다. 작가 개입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의           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사진적 장치에 불과하다. 토드 하이도는 그동안
               미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토드 하이도 역시 데이비드           경험했던 여성들에게서 느낀 흐리터분한 감정을 모델에 투영한다. 당시의 감정을 상기
               린치(David Lynch)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기 위함이다. 앞서 설명한 다른 사진과 마찬가지로, 초상사진 또한 자신을 돌아본다
               알려져 있다. 사진 형식은 로버트 애덤스(Robert Adams)와 래리 설튼(Larry Sultan),  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모델은 작가가 요구하는 연기를 통해 내재돼 있던 또
               에머트 고윈(Emmet Gowin), 낸 골딘(Nan Goldin)과 매우 닮아있다.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보는 이는 작가와 모델의 공감대를 느끼며 자
                                                                       신의 감정을 이입시킨다.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셈이다.
               선명하지 않은 이미지                                             그에게 최근 이슈가 된 #MeToo 운동에 관해서 물어보니, 자신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
                                                                       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철저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모델과 소통하고, 작업은 서로의 감
               토드 하이도는 비오는 날과 흐린 날을 좋아한다. 여기엔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지만,         정을 공유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토드 하이도가 표현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작가 자신이 그런 날씨에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           하려는 감정의 주인공이 어머니인 경우도 있다. 오해의 소지가 원천봉쇄 된 셈이다. 그
               다. 또한, 사진 속 배경이 되는 곳은 도심이 아닌 교외 지역이다. 오하이오 교외에서 유       러니 의심의 눈초리를 잠시 접고, 작업에 마음을 맡겨보길 바란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년시절을 보냈기에 고립된 환경과 한적한 분위기가 익숙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울한            것들을 지금 아는 것이 늘 잔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감정이 영혼을 잠식해야 이런 유형의 사진이 탄생한다고 으레 믿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스스로를 ‘밝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단지, 순간의 감정을 사진에
               녹아내기 위해, 그리고 이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 때만 자신을 고
                                                                       Todd Hido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이자 현대미술가다. 도시와 교외 지역 거
               립시키는 것이다. 영혼이 불안을 잠식한 것과 다름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토드 하이도         주지를 넘나들며 사진을 찍는다. 자신과 관계 맺는 것들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게티미술관과
               의 삶과 작업이 어느 정도 유리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www.toddhi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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