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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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17)인사이드컬처-애니메이션_최종_월간사진  2018-06-20  오후 6:12  페이지 116






               Inside Culture






                                              예술이 된 애니메이션



                                  예술로 들어온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아티스트와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을 어엿한 예술의 한 장르로 주목한 시선까지, 의외로(!) 예술적인 애니메이션 이야기.
                                                              에디터 | 박윤채 · 디자인 | 전종균









                                                                                            01작가주의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이성강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 이성강
                                                                                            02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독립애니메
                                                                                              이션 감독 오서로의 <(O.O)>는 과장된 기법과 직설적 화법
                                                                                              으로 시각적 자극을 준다. ⓒ 오서로
                                                                                            03<Being And Not Being>. 김영준은 아트워크&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애니메이션 장르의 확장성과 예술
                                                                                              성에 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 김영준
                                                                                            04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은 바 있는
                                                                                              장나리 감독의 <검은 악어>는 우울함과 불안을 잔잔하게
                                               01                                         02  시각화한다. ⓒ 장나리

               애니메이션과 예술의 운명적 만남?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한 장르로 주목한 전시가 최
               근 들어 눈에 띈다. 바로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열
               린 피비갤러리의 <PB+ 애니메이션>과 일민미술
               관의 <플립북: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전이다.
               이전부터 애니메이션 작품이 포함된 그룹전이 심
               심찮게 열리긴 했지만, 애니메이션을 전면적으로                                                  03 04
               다룬 전시는 극히 드문 케이스로 보인다. 예술의
               틀 밖에서 서브컬처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을 예         식이 강했다. 어린이들의 오락물 정도로 취급해온 것이다. 그런 인
               술의 범주 안으로 들여온 것이다. 확장 가능성을        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인지 예술계 안에서도 애니메이         시각적 유희를 이끌어내다
               보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두 전시의 시도는        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열리는 두 전시는 공통적으로
               제법 신선하고 색다르다.                     애니메이션의 작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예술성에 주목한다. <플립북         <PB+ 애니메이션> 전시에서 상영된 젊은 감독
               과연 이러한 애니메이션과 예술의 만남은 즉흥적         >은 이미지가 움직일 수 있도록 프레임과 프레임을 연결시키는 프         오서로의 <(ㅇ.ㅇ), 콧물>은 코 막힘과 재채기에
               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우연적이거나 단발적        로세스가 애니메이션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그것에 초점을 맞춰 국         얽힌 경험을 모티브로 해서 유쾌하고 강렬한 시
               인 만남이 아니다. 과거부터 서브컬처를 모티브로        제적으로 인정받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작업 프로세스를 보여주           각적 자극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나 메
               예술적인 시도를 해온 작가들이 있었다. 일본의 오       는 섹션을 마련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여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시지의 전달보다는, 톡 쏘는 장면과 빠른 속도감
               타쿠 문화인 만화, 애니메이션을 예술에 접목시킨        있는 이성강 감독의 완성도 높은 작업 과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         이 임팩트를 극대화시킨다. 그런가 하면 최성록
               유명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외에도 초현실         다. 스케치, 콘티북, 스토리보드 등의 작업 부산물을 손으로 그린 감      의 <Scroll Down Journey>은 잔잔한 분위기의
               주의하면 떠오르는 작가 살바도르 달리 역시 놀랍        각적인 작품으로 승격시켜 전시 공간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뿐        영상미를 보여준다. 영상 중 어떤 스틸컷을 포착
               게도 월트 디즈니와 협업하여 애니메이션 작품          만 아니라 ‘협업’이 필수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의 특성을 예술적인         해도 특유의 조형적인 프레임이 드러난다. 작가
               <Destino(운명)>을 남겼다. 1900년대에도 이미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했다. <PB+ 애니메이션>전시를 기획한 원채        가 구축해놓은 가상공간을 마치 화면을 스크롤
               예술과 애니메이션의 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윤 큐레이터 역시 “원화 드로잉, 에스키스와 같은 이미지 한 장 한       (stroll)하듯 따라가는 전개 또한 흥미롭다. ‘움직
               달리의 작품 타이틀처럼 두 매체의 만남은 어쩌면        장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애니메이션 예술의        이는 이미지’에 주목한 피비갤러리는 “애니메이
               운명적인지도 모른다.                       확장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이미지 베이스를 또 다른 작업의 매개        션 작품의 정지된 장면에서도 예술적인 미와 회
               그동안 애니메이션은 ‘변두리’, ‘하위문화’라는 인      체나, 다양하게 활용될 소재로 본 것이다.                     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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