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월간사진 2018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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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_최종_월간사진  2018-04-18  오후 8:06  페이지 6



















                                                                                         화려한 공간 속 숨은 뜻 파스텔 색상이 인상적인 사진이다.
                                                                                         여백이 있는 건물을 선택한 다음, 햇살 좋은 날에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촬영한 뒤 라이트룸과 포토샵 후보정 과정
                                                                                         에서 채도를 과하게 끌어올렸다(색상 값을 얻기 위해 작가
                                                                                         는 1년 이상 연구했다고 한다). 분명 단순한 구성의 사진인
                                                                                         데, 왠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벤 토마스(Ben Thomas)
                                                                                         의 작업은 사진의 배경이 된 공간이 어디인지 단번에 알아
                                                                                         차리지 못하도록 도시 관련 정보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
                                                                                         다. 뉴욕, 도쿄, 멜버른, 시드니, 파리, 피렌체 등이 적혀 있는
                                                                                         사진 캡션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 어디서 한 번 봤던 곳이
                                                                                         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현재 우리는 이미지가 과
                                                                                         잉되어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이들을 해체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내 작업의 목표다.”라고 말
                                                                                         한다. 사회적인 요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를 통해 보는 이는 과도한 정보의 개입 없이 공간을 공간 그
                                                                                         자체로만 생각하게 된다.
                                                                                         매개체로서의 도시 벤 토마스가 <Chroma> 시리즈를 시작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전시장에 찾아온 전 세계 관객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다. 이를 위한 매개체를 고민하다가 각
                                                                                         도시의 특색을 담은 사진이라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도
                                                                                         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건축물을 아무
                                                                                         리 단순화시키고 사진의 톤을 파스텔 색상으로 통일시킨다
                                                                                         고 하더라도, 작업을 넘기다보면 각 도시마다 미묘한 차이
                                                                                         가 있음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건축물의 파사드, 마천루
                                                                                         문화, 선과 면의 조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분류하면 각
                                                                                         각의 도시가 가진 혹은 선호하는 공간 디자인이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멜버른은 그에게 고풍스런 건축
                                                                                         물과 모던한 디자인이 공존하는 가장 환상적인 공간으로 느
                                                                                         껴진다고 한다. 이는 많은 예술가가  무수한 영감을 받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도시로 멜버른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Ben Thomas 호주 출신 사진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들에 관심을 갖고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2018년 <핫셀블라드 마스터즈>에 선정됐다. benthomas.co
                                                                                         인스타그램(@___benthomas)
                                                                         ⓒ Ben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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