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8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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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079)라이브스케치_최종_월간사진  2018-04-18  오후 8:11  페이지 078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이상하다. 사진 속 도형은 평면일까 아님
                   입체일까. 원근법을 이용해 실제처럼 대상을 재현하는 도구가
                   사진임에도 어쩐지 원근감이 맞지 않는다. 도형 안의 물체는
                   원근법의 영향을 받는데, 도형 자체는 투시와 시점에 상관없
                   이 완벽한 정삼각형, 정사각형이라는 것이 의아함을 자아낸
                   다. 바로 그 지점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원근법 실험’이다.
                   김규식은 기존의 사진이 당연하게 여겨온 원근법이라는 물리
                   적인 개념을 전복시킴으로써 사진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다.
                   박영숙 관장(트렁크갤러리)은 김규식의 작업 개념이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고 해서 “포스트모던하다.”고 말한다. 김
                   규식의 암실이자 작업실인 ‘킴앤홍 레버러토리’에서 그를 만
                   났다. 다분히 예스러운 작업 방식 위에 포스트모던한 메시지
                   를 담고 있는 김규식의 묘한 작업 스토리를 따라가보자.             A Sketch for Ideal Square, gelatin silver print. selenium toned, 17X17cm, 2018






















               30~40도의 앵글에서 소실점이 생기지 않도록           카메라 파인더의 중앙에 정사각 형태를 표시한다.           파인더에 그려진 정사각형에 맞춰서 판넬에 자를 올려놓고 표시한다.
               직선을 긋는 연습을 한다.

               #1 생각의 시작                                                #2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판넬 세팅까지
               앞서 예스러운 작업이라고 표현한 김규식의 작업은 전통 인화기법인 젤라틴 실                작가의 두꺼운 크로키 북에는 오랜 시간 쌓인 고민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버 프린트를 바탕으로 한다.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흑백 아날로그 사진을               원근법을 효과적으로 전복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스케치
               놓지 않는 이유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흑백의 새로운 실험’을              해놓은 것이다. 스케치를 구현하기 위한 첫 단계는 카메라와 판넬 세팅이다. 카메
               위해서라고 한다. 카메라와 사진은 물리적, 광학적, 화학적 기술의 집약체다. 이             라는 원근감이 표현될 정도로 약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세우고, 카메라 뷰파인
               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진의 본질은 미학이 아닌 오히려 기술에 있는지도 모르               더 화면에 넓은 판넬이 들어오게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닥에 깐다. 그리고 준비
               겠다. 이에 작가는 물리적인 다양한 사진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원근법’           해놓은 카메라 화면에 정삼각, 정사각 모양으로 오려낸 종이를 고정시키거나 유
               이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근법은 결국 눈에 보이는 물체의 형태에             리에 그린다. 파인더에 그려진 정사각형에 맞춰서 판넬에 자를 올려놓고 표시를
               관한 것이다. 김규식의 작업에서 완벽한 정다각 도형은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인               한다.
               개념이다. 그러니까 원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념 속의 도형을 사진에 재현해내
               는 것이 작업 과정의 본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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