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월간사진 2018년 5월호 Monthly Photography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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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를 이용해 나무를 잘라낸다. 완벽한 직선을 만들기 위해 대패와 샌더를 이용해 선을 다듬는다. 흰 수성페인트로 칠을 한다.
#3 완벽한 판넬 만들기 #4 흰색 칠을 하는 이유
바닥에 놓인 판넬이 카메라 뷰파인더 위 도형에 정확하게 맞춰져야 하는데, 이때 판넬의 형태가 완성되면 흰색으로 칠을 시작한다. 작가에게 흰색 페인트칠은 모
작가는 쇠자를 이용해서 조금씩 위치를 옮겨가며 확인한다. 카메라에서는 정다 든 작업 과정 중 특별히 의미가 있다. 흑백사진에서는 회색으로 사물이 표현되기
각형이지만 실제 판넬의 모양은 각 변의 길이가 모두 다른 도형이 된다. 뷰파인더 때문에 하얀색은 ‘빈’, ‘아무것도 없는’ 같은 부재의 뜻을 지닌다. 그런 뜻에서 판
화면을 작가가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도형의 경계에 딱 맞게 고치는 과정을 넬을 하얗게 칠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도형’이라는 의미를 부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이어 선을 긋고 판넬을 ‘직소’라는 전기톱으로 잘라내는 여하는 과정이다. 실재하는 물체에만 원근이 적용되고 관념 속 이상적인 형태는
작업을 진행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손수 커팅을 하기 위해 3개월 동안 목공 그것을 벗어나 있기에, 김규식은 사진 속에서 판 자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길 바
기술까지 배웠다는 김규식 작가. 카메라 화면의 도형과 완벽하게 일치할 때까지 란다. 그렇기에 원근을 이용하여 사진의 개념을 뒤집는 <원근법 실험> 작업에서
대패부터 톱, 샌딩기까지 동원해 판넬을 갈고 다듬는다. 살짝이라도 삐뚤어지거 판넬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완벽을 추구하는 작가의 성향
나 각도가 맞지 않으면 판넬 제작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덕에 페인트칠 역시 모든 부분이 균일한 톤, 즉 ‘이상적’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다시 원래의 위치에 놓은 후 패널 위에 오브제를 올려놓는다. 4X5 필름으로 촬영한다. 재촬영을 위해 거리와 각도를 측정하고 기록한다.
오브제가 패널의 중심에 오도록 위치를 조정한다.
#5 판넬 위 물체 더하기 #6 촬영과 그 이후, 역시 아날로그
사진이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원근감이 뒤틀린 듯 모호하게 느 모든 작업 과정은 일일이 작가의 손을 거친다. 직접 하지 않는 것이 없다. 흑백 인
껴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누워 있지만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형. 그러나 판넬 화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닷징, 버닝 기술로 톤을 맞추지만 작가는 이마저도 용납
위의 물체는 다시 도형이 누워 있는 상황을 추측하게 만든다. 작업에 등장하는 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물체의 거리에 따른 명암이 있지만 사진으로 표현할 때는
사체는 많은 고민과 시도를 거쳐 선정된다. 피라미드 모형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일정한 톤으로 만든다. 하나하나 조명을 맞추고 섬세하게
넣거나(사각형), 희미하게 보이도록 얇은 실과 못을 설치하기도 한다(삼각형). 우 리플렉터를 대서 균일한 톤을 만든다. 4X5필름으로 촬영을 마친 뒤 인화까지 전
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가져올 경우 그 사물의 다른 의미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 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김규식의 작업은 말 그대로 ‘무척 아날로그’다. 포
한 구체적이지 않은 사물을 선택한다. 작가는 이 물체들을 이용해 원근법 실험을 스트모던한 개념을 표현하는 데 있어 철저하게 아날로그 손맛을 넣는 김규식의
한다. 원근감이 없는 2차원과 원근감이 있는 3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진의 반전(!) 작업. 다른 전통 은염인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다. 그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10년 동안 매년 새로운 흑백 사진작품을 선보
이는 킴앤홍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그는 이번 <원근법 실험> 작업을 마친 후에도
이미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