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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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Lens /
렌즈에 비친 방콕 거리
삼양옵틱스가 찍고, 월간사진이 담다. 태국에 거주하며 동남아시아 문화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온 작가 세드릭 아놀드(Cedric Arnold)가
삼양옵틱스의 ‘TILT/SHIFT Lens 24mm F3.5 ED AS UMC’ 렌즈를 이용해 담은 방콕 ‘차로엔크렁 도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이정우
동남아시아 문화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그 주변을 기록하는 세드릭 아놀드의 두 번째 T/S 렌즈 촬영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사람들의 모습을 ‘순간포착’하려
이야기다. 삼양옵틱스 ‘TILT/SHIFT Lens 24mm F3.5 ED AS UMC’ 렌즈를 이용해 태 고 했으나, 초점 맞추기가 꽤나 어려웠다. 그래서 스냅사진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
국 차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 주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아냈다. 신,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사람들을 충분히 살펴보기로 했다. 어떤 대상을 오랜 시간
태국 방콕은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도시다. 어떤 풍경에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관찰하는 것은 세드릭 아놀드의 특기였다. 그동안 대형카메라를 통해 명상과도 같은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그래서 도시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 작업을 해온 그였다. 게다가 대형카메라와 T/S 렌즈의 무브먼트는 별반 다를 것이 없
다. 특히, 강을 따라 나있는 차로엔크렁 거리(Charoenkrung Road)가 그렇다. 차로엔 다. 그가 찍은 사진에서 방콕이라는 도시의 질감과 인간 삶의 희로애락이 구체적으로
크렁 거리는 1860년대 외국 영사관의 요청에 따라 대사관 및 무역 회사들을 방콕 시내 드러나는 건 아마 T/S 렌즈와의 절묘한 궁합 덕분이 아닐까.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라
중심지로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다. 1890년대 트램이 놓인 이후 방콕 경제의 중 는 말에 딱 부합하는 작업이라는 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추역할을 하는 도로가 되었지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
겨가면서 1963년 폐쇄라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그 결과 당시 사용하던 건물 대부분
이 불이 꺼진 채 방치됐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삶(시장, 식도락 문화, 종교 생활 등)은 지 Cedric Arnold
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매혹적인 역사의 파편들을 만나볼 수 파리 대학에서 역사와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사진과 영화 작업을 시작
있다. 세드릭 아놀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T/S 렌즈를 들고 이 지역을 방문했다. 결 했다. 대학 졸업 후 런던에서 가디언 편집자 이몬 맥케이브(Eamonn
McCabe)를 사사,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이후 방콕으로 이주해 지
과물 대부분이 렌즈의 무브먼트 기능, 즉 투시선과 원근의 조정을 이용해 촬영한 인물
금까지 동남아시아 문화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SOAS,
사진이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태국 사람들 삶에 몰입하게 되는 University of London과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이 그의 작업을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로는 타임슬립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소장하고 있다. www.realfeatu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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