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Korus Club 28권(18년10월)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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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 독서클럽

 휠 데를린의 싯귀.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옛 친구를 만날 때. 학창   첫 길인 어느 촌여관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시냇물의 졸졸거리는
 시절 친구의 집을 찾아 방문하였을 때. 그러나...그가 이제는 우러러   소리. 곁방 문이 열리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며, 낡아 빠진 헌
 볼만한, 한 사람의 고관대작, 혹은 돈이 많은 공장주로서의 지위를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가져...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 시인 밖에 못
 그 때 당신은 난데없는 애수를 느낄 것이다.
 되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달갑지 않은 태도로
 우리를 대한다고 벌써 느껴질 때.  날아가는 한 마리의 철새. 추수 후의 텅 빈 밭과 밭들. 어릴 때
 살았던 적이 있는 조그만 지방에, 긴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들렀을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가는 사슴의 눈망울. 재스민의 향기...
 때. 이제는 아무도 당신을 알지 못하고...그 때 놀던 자리에는 붉고
 항상 이것들은 나에게 창 앞에 늙은 나무 한 그루가 있는 내 고향을   거만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으며, 당신이 살던 집에는 알 수 없는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데...

 공원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황제처럼 멋지던 아카시아 나무와 우거진 풀은 베어졌는지 찾을
 여름 밤에 모래 자갈을 고요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자국   수가 없다.
 소리처럼 들리고...노래의 한 소절 같은 쾌활한 웃음소리가 귀를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간질이는데...그러나, 당신은 벌써 근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있는 몸이 되었을 때.
 오뉴월의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라색,
 달아나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것은 황혼의 밤이 되려
 검정색, 회색 같은 빛깔들. 둔한 종 소리. 바이올린 G현의 소리. 추수
 할 즈음,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간다.
 후,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깃털.
 창가 에서 은은히 웃고 있는 어떤 여성의 아리따운 얼굴을 볼 때.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떠돌아다니는 가극단의
 현란하고도 번화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아무게 씨의
 여배우들. 벌써 줄에서 세 번째 떨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강연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없는 비를 희롱할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
 때. 공동 묘지를 지나갈 때. 거기서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묻은 서류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는 누워 있음' 이라 쓴 묘비를 읽을 때...
 보름밤에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삼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아, 그 소녀는 어렸을 적 단짝 동무 중의 한 사람...날이면 날마다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언제나 번잡한 도시의 집과
 떨어지는 흰 눈송이...-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그 집에 있는 나무 밑동만 보고 사는 시꺼먼 냇물을 볼 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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