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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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정말  보배  같은  존재였고,  곤란에
               처해  있는 나를 붙드시고자 주님  보내주신  천사 같은 존재였다.



               거짓말로
               좌절했던
               ‘베드로’  선교사
               “무슨 일로  아제르바이잔에 왔습니까?”“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어디에서 근무합니까?”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사업하러 왔습니다.”
               “공부하러 왔습니다.”
               “문화 배우러 왔습니다.”
               베드로가  따로  없었다.  사역을  위해,  선교를  위해  왔다는  말은  못하고  거짓말이라니!  이렇게까지

               해서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지,  살아남아야  하는,  하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택시를  타면  택시
               운전사까지  이  나라에  왜  왔냐고  묻는다.  사업하러  왔다고  하면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친절한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선교사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나로서는  속이  탔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대부분의  택시  운전사들은  앞으로  만원버스  탈  생각  말고자신이  매일
               회사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런  친절까지  나를  짜증나게  했다.새로  입국한
               외국인들이라면,  지금도  여전히  내가  받았던  질문과  정확히  똑같은  질문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란다.

               너무도  강한  그들의  의심의  눈초리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려면,  거짓말이라도  대담하게  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선교사로  온  것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그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나는  정착도  하기  전에  ‘초죽음’  상태가  되었다.  주변  선교사들  말로는,  이것이
               바로  ‘영적  전쟁’이라고  했다.  그들은  영적  전쟁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선한  거짓말  밖에
               답이  없다는  조언을  덧붙여주곤  했다.  그들의  권면대로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짓말과
               더불어 회피가  전부였다.

               한번은  다른  단체  사람들에게  현지인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적  있었다.  그러자  그것은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고,  사역이라는  선한
               의도를  위한  것이므로  정확히  따지자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리하자면,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신학적으로  그리고  성경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현지인들 앞에서 하는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 진실의  하나님을  내가 너무  이상한 하나님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작위적이고  궤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복음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거짓말은  분명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회의감이
               들었다.  그  회의감은  주의  아들을  그  사회  안에  당당하게  끼지  못하도록  주눅들게  만들었고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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