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Choi wungsub 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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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현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비자임을 알게
되었다. 비자는 생존권 그 자체였기에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나 역시 비자와 언어훈련에 대한 방법을 찾던 중 정탐 차 방문한 Y 단체에서 운영하는 언어
학원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1 년 기간의 비자를 받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러면 그렇지. 하나님께서 당신의 대사를 보내면서 그런 것을 준비 안 하셨을 리 없지.’
행복한 마음으로 언어학원에 등록하여 한 달여 공부하고 있는 중에 비자가 발급되었는지를
확인하러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비자를 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두려움과 불안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시 같은 학원에서 언어코스를 밟은 16 명 중
나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비자를 받은 상태였다. 이유를 알아보니 Y 단체와 한 한국
선교사와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그 선교사 가정과 Y 단체 사이에 의견대립이 자주 있다 보니
Y 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한국 선교사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후임 선교사인 나에게까지 미친 것이었다. 이치에 안 맞는다고 따져보았지만 그들의
완강한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목사인 내가 평신도인
그들과 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Y 단체에서 주는 비자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회사를 설립하면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무턱대고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회사를 설립해본 경험도 운영해본
경험도 한번 없는데, 비자 때문에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비자 없이 머물 수는 없다는 불안감이 나의 도전의식을 부추겼다.
회사를 설립하는데 도움을 줄 이를 수소문하다가 아는사람의 도움으로 사람을 소개 받았다.
그이가 처음에는 회사 설립 비용으로 2 천 불을 요구했는데,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는지 돈을
추가로 더 요구하며 차일피일 일을 미루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였기에 한치 의심 없이
믿었던 나는 괴로운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그의 요구대로 4 천 불에 가까운 돈을
쓰고 말았다. 왠지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교지에 도착하여 제대로 정착도 못한
상태에서 현지인에게 ‘사기’ 비슷한 것을 경험한 나는 심한 충격에 빠졌다. 제대로 정착도 하기
전에 현지인에게, 그것도 아는 사람을 통해서 소개받은 사람한테 속았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멘붕’이라고 하는지,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었다.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시가 급하게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상황인데,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가지고
있던 돈의 66%를 사기 당했으니 분노가 치밀었다. 주의 종들도 현실의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현지인을 소개해준 선교사한테는 말도 못했다.
“이 나라에서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진정 신실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타이밍은 정말 절묘했다. 절망과 좌절로 낙담해 있던 나에게 마침 지인 한
사람이 다른 현지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나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세무사였다.
한 번 당해본 경험이 있었던 까닭에 처음에는 이 사람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의심했고, 남자도
하기 어려운 일을 과연 여자가 할 수 있을까 염려가 앞섰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면서 능력도
대단한데다 진실함까지 전해졌다.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다소 있긴 했지만, 손과 몸으로
대화하면서 회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시켜주었으며, 스스로 알아서 일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 신실한 세무사는 거짓 없이 적극적으로 모든 일을 도와주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