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Choi wungsub 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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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동반자
컴퓨터
다섯 대
오전에는 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나자 자매와 회사 설립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회사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한국에서 무슨 회사를 다녔고, 무슨 일을 했습니까? 회사에 다녔다는 인증서를 가져오십시오.”
외교부에서 들은 이 말에 어이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교회만 섬겼지,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는
내가 어디서 인증서를 받는단 말인가? 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사업을 했고, 이곳에도 사업을 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다니지도 않은 직장을 지어내서 말해야 했다. 선교지에 도착해서 현지인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복음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니! 그야말로 ‘주여!’가 절로 나왔다.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이 땅에 머물고 봐야 선교를 하든지 말든지 할 테니까. 외교부, 내무부,
법무부, 노동부, 통계청, 세무서 등 각각의 관공서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너무도 많았고, 더욱
점입가경이었던 것이 가는 곳마다 뇌물을 요구했다.
“베트남인? 일본인? 중국인? 아니면 카자흐스탄? 그것도 아니면, 우즈베키스탄입니까?”
어쩜 저렇게 개성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각기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저것도 능력이라며 빈정거리는 심정이 치고 올라왔다. 쓸데없는 말은 충실히 하면서,
서류를 접수해도 언제 오라는 말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뇌물이 없으면
일하지 않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 피가 마르는 사투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속으로는 그들 앞에서 빈정거리고 정죄하고 원망하고는
집으로 와서는 죄인이다 회개를 반복하며 엎드려 기도했다.
“제가 만나는 현지 공무원들의 마음을 열어주시옵소서!”
“그들이 주의 아들, 최웅섭을 무시하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공무원들이 뇌물을 요구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회사가 속히 설립 절차가 잘 진행되도록 해주세요”
“회사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나자 자매가 일을 잘 진행하도록 해주세요”
늘 같은 내용의 반복이었지만 기도라기보다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선교사에게 소개받은 사람에게
돈은 돈대로 뜯기고, 사서 고생하고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내 곁에서
도와주던 나자 자매가 없었다면 가는 곳곳마다 엄청난 뇌물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아마,
그러고도 일이 진척되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을 것이다.
뇌물을 요구 받을 때면 나자 자매에게 하소연했고, 그때마다 자매는 알아서 협상에 들어가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복도에 기다리며 서서 한국말로 열심히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님, 제발 잘되게 도와주세요. 뇌물 없이 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주세요. 이 땅에서 할 일
많아요. 아시잖아요! 그 일 모두 감당하려면 지금의 고비를 넘어야 합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통곡의 기도가 수없이 흘러나왔다.
“100 달러 원하는 것을 10 달러로 줄였어요. 그마저도 막기는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