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Choi wungsub 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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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아제르바이잔의  비밀수사기관 KGB 에  불려간  적이  있다.  호출한  이유를  묻자,  나에  대한
               고발이  접수되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아제르바이잔  국가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욱  열심히 기여해달라  부탁하는 것이었다.
               알아  보니,  내가  심복처럼  여겼던  비서가  나의  본분은  선교사라고  KGB 와  6 개의  국가기관에

               고발한  것이었다.  그는  파익이라는  이름을  가진  똑똑하고  진실한  성품의  기혼자였다.  교회의  여러
               사람  중에서  비서로  채용했던  그는,  나의  모든  행정업무를  대신하며  비서처럼  일했다.  나를  통해
               복음을  전해들은  후에는  크리스천으로서  성실히  임했기  때문에  그를  신실하다고  믿고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냈다. 그런 그가  나를  배반한 것이었다.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지금으로부터  8 년  전  어느  날  그가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순진하고  가엾어  보이는  첫  인상에,  큰  키와  마른  체구를  가진  청년이었다.  그는
               신문에  낸  한국어학원  광고를  보고  찾아왔으며,  한국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는  나의  책상에  놓여있던  작은  책자에  관심을  보였다.  <예수는  누구인가?>  라는  제목의
               아제르바이잔  현지어로  된  소책자였다.  빌려  달라는  것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계속해서  부탁해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꼭 구하고  싶어 10 년  동안 찾아  헤맸던 성경입니다.”
               이후  학원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던  그는  내  책상  위의  러시아어  성경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복음에  관해  대화를  나누자  너무  좋아하며  예수를  믿고  싶다고  고백했다.  감동  받은  나는  용기를
               내어  모임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그에게  세례를  주었고,  많은  간증과  은혜를
               체험한  고백을  나누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믿음  안에서  살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침내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나의  비서가  된  뒤에도  많은  책들을  번역하며
               비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는  결혼하여  자녀를  한  명  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다.  그를
               수도로  불러온  사람도  나였고,  그의  집에  있는  모든  것,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내가  해준
               것일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 제 2 의 최웅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가  나를  고발한  것이다.  이슬람국가에서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는  선교사라는
               사실을  모든  물증과  함께  고발한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분노였다.  거룩한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  선교사의  신분이라고  해도,  나  역시  한낱  인간이지  않은가!  내가  그에게  어떻게  했는데,
               라는  생각이  밀려오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저히  그의  얼굴을  쳐다볼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
               다음에는  눈물이  나왔다.  나의  모든  정성을  다해  섬겨주었고,  무너진  가정을  회복시켜  주었으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주었는데 배신감  때문이었다.

               몇  날  며칠  힘들어하다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파익이  나를  잘못  알고  있었구나,  느꼈다.  당시에
               나는  이미  정치,  경제,  교육  등  아제르바이잔  사회  전반에  걸쳐  주요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주  정부인사들과는  정말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런  일로  고발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비서라는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르고  경솔한  행동으로  나에게  이렇게
               상처를  주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KGB,  경찰,  검찰에서는  오히려  나에게  그를  고소하라고  했다.
               한술  더  떠  KGB 에서는  내  돈을  들고  도망간  그를  언제든지  잡아줄  수  있으니  말만  하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어찌  해야 하는지, 괴로울 따름이었다.

               그로  인해  한없는  눈물을  흘렸고,  분노를  삭이느라  고통스러워했지만,  그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마침  대형  프로젝트였던  축구장  공사도  마무리  되어  홀가분한  상태였고,  호텔과  수영장은  내가
               아니더라도  대리인에게  맡기면  될  상황이었다.  큰  일들을  정리하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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