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전시가이드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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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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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묘사이자 그리움의 몸부림                              어머님의 긴 호흡이 동백꽃처럼 처절하게 그립다. 또한, 5일장날 배타고 장에

            김호원 서양화전                                        가신 어머님을 돌담아래의 지루한 기다림을 기억한다.
                                                            천위에 두텁게 발라진 기억을 칼로 긁어 맨살처럼 속천이 드러날 때까지 긁고
                                                            파내는 몸짓은 기억의 묘사이자 그리움의 몸부림인 것 같다.
            글 : 김호원 작가노트
                                                            이처럼 긁고 파내는 과거의 기억이 이제는 작가의 가난과 고달픔의 기억으
                                                            로 또다시 자식에게 물려주는 건지 하는 현실을 자책하는 무안 몽탄의 한적
                                                            한 겨울밤의 단상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더해가도 기억은 보길도 섬마을 돌담에서 기어 나오고        꽃과 나무가 기억과 버물어져 만들어진 전시회가 될것같다.
            바위틈의 들꽃되어 피어나기도 한다. 눈 내리는 날이면 걸쭉한 막걸리 한잔에
            비틀거리는 귀로의 아버님의 발자국 소리가 아련하고, 찻길이 끊겨 땅끝 선창       작가는 붓을 통해 물감을 바르고 두터워지는 유화기법 대신 거꾸로 밑 색을
            에서 부자가 걸어오던 섣달 어느 날 억센 눈보라도 떠오른다.               칠한 후 다시 어두운 색을 발라 날카로운 칼이나 송곳 등으로 벗겨 내려가
                                                            는 스크레치 기법을 통해 오랜 제작과정을 요하는 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흐트러진 동백이 마구 땅 아래 각혈될 때 내 나이 즈음 가신 젊은 시절의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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