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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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Flora-48, 91x116.8cm, Oil on canvas, 2025
2025. 7. 2 – 7. 29 갤러리쌈지안 (T.02-725-3589, 씸지길 별관 1층)
FLORA
예를 들면 <환생-월화밀회> 시리즈 같은 작품이 그러하다. 조선 시대 혜원 신
임혜영 초대전 윤복의 그림에 주제인 달밤 아래 밀회의 정경을 빌리면서 극적인 풍경의 대비
로 스토리를 꾸미는 흥미로운 구성이다. 알다시피 혜원 신윤복은 단원 김홍도
와 함께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로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작가이며 상류사회의
풍속도나 기녀, 유락도를 가장 감칠맛 나게 그린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글 :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런 이런 시대의 명화를 현대미술에까지 소환하는 제작 구성은 다른 작가
들에게서도 등장하지만 살바르도 달리나 리히텐슈타인, 페르난도 보테로 등
에게서 명화 패러디나 차용으로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들과 다르게 임혜영의
환생의 세계에 선 꽃과 여인의 숨결 작품에는 아주 집중적으로 혜원의 그림이 본인의 작품과 절묘하게 쌍을 이루
임혜영 작가는 초기 작품 ‘옷에 마음을 놓다’ 연작에서부터 자화상처럼 핑크 어 최적의 하모니를 이루어 내고 있다. 혜원의 화폭 위에 겹쳐진 임혜영의 사
빛 입술과 볼그스름한 얼굴의 사랑스럽고 자유로운 영혼의 찬가를 속삭이는 랑스러운 여인, 그녀는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한 채 밀회의 현장과 만
화가로 출발했다. 단순하게 여인이 주제가 되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점진적으 나는가 하면, 어느 따뜻한 봄날 양반과 기녀가 은밀한 밀회의 현장에 임혜영
로 옷의 패턴이나 무늬들이 부각 되었고 자연스럽게 여인의 사랑스러운 표정 표의 예쁜 여인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주위로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여인들의 자태로 그녀만의 화풍을 구축했
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은 옆모습의 자세가 황홀한 표정과 행복한 감정표 다른 그림에서도 대부분 화면의 배치에서도 좌우로 혹은 상하로 당시 유흥의
현으로 보는 사람들을 황홀한 지경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최근 임혜영 작가에 풍경과 인물의 조화를 부드럽고 우아한 필선으로 따뜻하게 일체화하는 작품
게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양식은 <환생> 시리즈와 <Flora> 시리즈이다. 들이 지배적이다. 마치 임혜영의 현대판 『풍속도첩』 이나 『미인도』로 불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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