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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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문의 0
                                                                           t1004@hanmail.ne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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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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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5, 지름39.5cm, 자작나무(목태칠기)에 옻칠, 자개, 2025                       한강브릿지_양육의 계절, 90×60cm
                                                                                   자작나무(목태칠기)에 옻칠, 자개, 2025




            있는가. 여기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상실했는지 해석하고 분석하는 예술이        간직된 내면 풍경이다.
            있고, 그렇게 상실한 것들을 되불러와 그리움의 대상으로 만드는, 치유와 위
            안의 계기로 삼는 예술이 있다. 각 현실주의와 낭만주의 혹은 이상주의적 태       그렇게 작가의 그림에서 색감만 놓고 보면, 단색이나 수평선이 중첩된 것 같
            도와 유형으로 보면 되겠다.                                 은, 아득하고 막막한 느낌의, 화면 안쪽으로 깊이를 만들면서 확장되는 것 같
            그 중 정회윤의 작업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그에게 작업이란 상실한        은, 그러므로 어쩌면 자연의 본성에 부합하는, 심플한 화면 구성이 미니멀리
            것들의 원형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잊힌 자기_타자와 만나는       즘을 상기시키고, 색면화파의 추상회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자연감정 그러므
            여로에 비유할 수가 있을 것인데,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작업을        로 평소 자연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자기표현을 얻고 승화된 형식을 얻고 있
            빗댄 작가의 고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상실한 것들의        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원형이란 무슨 의미인가. 칼 융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선 아득한 기억을 집단
            무의식이라고 불렀고, 그 집단무의식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상징 그러므로 반        그 위에 작가는 버드나무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자개로 붙여 표현하는데,
            복 상징을 원형이라고 했다.                                 자개를 세로로 길게 잘라 마치 점을 찍어나가듯 연이어 붙여 고정하는 끊음
                                                            질 기법을 구사한다. 부드럽고 유연한,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이라고 하듯 허
            그렇다면 작가에게 그 반복 상징(작가의 그림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테마)        공을 흔드는 버드나무 가지를 표현했다.
            그러므로 원형이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 바로 상실한 자연에 있다. 다시,
            그렇다면 여기서 상실한 자연이란 무슨 의미인가. 원래 자연은 숭고와 경외의       여기에 외부의 빛에 반응하는,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신을 보여주
            대상이었다. 샤머니즘과 토테미즘, 물활론과 범신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문       는 자개의 빛깔이 아마도 가녀린 띠가 만드는 섬세한 감각이 관건인 끊음질
            명의 발달과 함께 자연이 도구화되면서 자연은 숭고를 상실했고 경외를 상실        기법에 최적화된, 형식과 내용이 부합하면서 감각적 쾌감을 주는 경우라고 생
            했다. 그러므로 상실된 자연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도구화되기 이전의 자연,       각된다. 소금호수에서 올려다본, 칠흑 같은 밤에 투명한 깊이를 만들면서 발
            원형 그대로의 자연, 원초적인 자연, 여전히 숭고와 경외의 대상으로서의 자       광하던 별빛 이후, 때로 소멸을 위해 추락하는 유성이 보여준 비현실적인 풍
            연, 그러므로 자연 자체를 회복한다는 의미와 의지를 담고 있다.             경 이후, 자연의 본성 그대로를 고스란히 포획한, 자연이 주는 감동으로 사로
                                                            잡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미묘한 색층을 포함하고 있는 심플한
            그렇게 작가는 자연의 원형 그러므로 원형적 자연을 찾아 나선다. 그러므로        색면 구성과 대비되면서 더 돋보이는 경우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진정한 자기, 잊힌 자기_타자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찾아 나서면서 사
            막에 서고, 소금호수에 서고, 세상 끝에 선다. 여기서 세상 끝이 따로 있는 것    로드무비라는 장르영화가 있다. 작가의 작업이 그렇다. 작가는 자기를 찾아
            이 아니라, 아득한 풍경, 막막한 풍경, 가없는 풍경, 여기와 저기, 이쪽과 저쪽   세상 끝에 선다. 사막 위에 서고, 소금호수 앞에 서고, 버드나무 앞에 선다. 그
            을 가름하는 풍경이 모두 세상의 끝이다. 세상의 끝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시       렇게 작가에게 세상 끝은 버드나무에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일상 속에도.
            작되는 곳이기도 한 풍경이다. 실재하는 풍경이면서 동시에 어쩌면 마음속에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여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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