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전시가이드 2025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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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Kentaro Chiba, Life Scroll Detail





                             2025. 3. 28 – 4. 2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3)



                               지바 켄타로 작가는 작가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두 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 번째는 매우 세밀한 표현이고 다른 하나는 스케일의 확장이다.
                                 그의 '인생 두루마리 벽지'는 이러한 상반된 욕망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그는 천장과 바닥에 좁은 거울을 고정해 수직 무한대 거울 이미지를 보여준다.




         34년 동안의 집념으로 만든 ‘인생 두루마리‘                      우리는 2024년 11월에 두 번째로 만났고 이제 2025년 3월에는 많은 한국인
                                                        들이 그의 개인전을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2022년에는 전시장에 2m
        치바 켄타로 展                                        정도 그 두루마리의 일부분만 보여주었다. 그러나 양쪽으로 각각 10m 씩 긴
                                                        두루마리가 말려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작품 왼쪽으로는 모니터에 화
                                                        가로서의 창조철학에 관한 비디오가 연속해서 상영되었다. 2024년에 그는 전
        글 : 황부용 (화가)
                                                        시 방식을 바꾸었다. 두루마리를 3m 정도씩 커팅해서 6층으로 전시장 한 쪽
        필자는 짧지 않은 생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졌지만 2022년      벽면 일부를 도배했다. 그리고 천정과 바닥에 아크릴 소재로 만든 거울을 부
        9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치바 겐타로 작가와 만났던 것은 마치 한 사람의 외계      착했다. 2025년 전시에서는 더 다양한 전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하니 보다 더
        인과의 만남 같은 것이었다. 1991년에 시작된 그의 드로잉은 현재 20미터 길    입체적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달한다. 30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치바 겐타로 씨가 추구하는 표현의 변
        화가 두루마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어적 정의와 좁은 범위의 분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바 겐타로 작가는 의도
                                                        적으로 자동 드로잉을 선택해 모순으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었으며, 특히 서
        ‘헤소마가리’란 남이야 뭐라고 하건 자기 식으로 외길을 가는 고집불통을 의       양의 원근법 표현과 수평면을 이용한 거울 투영법과 동양의 역원근법, 등각
        미한다. 일본어 어원 연구자들은 이 말이 베틀로 옷감을 짜던 시대에 생겼다       투영법, 조감도를 의식적으로 대조해 모순으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었다. 처
        고 한다. 삼베 실을 실패에 둘둘 감아놓은 것을 ‘헤소’라고 한다. ‘마가리’는 구  음부터 그는 멀리서 보는 사람이 없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암시할 수 있는
        부러졌다는 뜻이다. 순한 사람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가지런하게 감기지        원경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치바 겐타로 작가에게 있어서 시
        만, 고집쟁이가 제멋대로 감으면 구부러지면서 독특한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청자의 흔적이 없는 머나먼 익명의 시선은 일종의 시각적 순수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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