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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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story 65.2×53cm 장지에 혼합채색          Beautiful story 116.7×91cm 장지에 혼합채색 2018





            닌 늙은 호박이다. 누런 색깔의 잘 익은 넓적한 호박은 풍요로운 수확과 넉넉      다. 이렇듯이 비현실적인 시공간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심신의
            한 인심을 느끼게 하는 정서가 있다. 뿐만 아니라 풍상을 겪은 할머니 또는 무     자유와 해방을 맛보게 한다. 현실적인 모든 제약이나 억압을 무너뜨리는 심리
            던한 시골 아낙과 같은 이미지가 오버랩하며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적인 쾌감을 수반하는 까닭이다.
            호박꽃에는 응당 호박벌이 따르게 마련이고, 호박이 무르익어갈 즈음에는 잠
            자리가 하늘을 수놓는다. 호박을 통해 생성되는 이미지는 이처럼 천진무구했        그의 작업은 채색화이지만 기존의 농채 중심의 채색기법과 달리 엷은 채색기
            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연관성을 가진다. 따라서 그에게 호박은 따스하고 넉       법을 구사한다. 맑은 물감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채색을 입힘으로써 어두운
            넉한 어머니의 품이고, 호박벌과 잠자리, 나비는 자유로움을 꿈꾸는 그 자신       색깔일지라도 탁하게 보이지 않고 가볍게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속이 들여다
            의 모습일 터이다. 거기에 덧붙여 전래의 가옥인 초가집과 기와집 그리고 나       보이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투명하게 보인다. 소지가 보일 정도로 맑아서일까,
            무, 장독이 함께 함으로써 호박은 추억의 곳간과 같은 다채로운 이야기의 샘,      시각적인 스트레스가 없다. 이는 어두운 색깔을 쓰든 밝은 색깔을 쓰든 마찬가
            그 원천이 된다. 그의 호박 그림은 호박 자체의 형태미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지다. 따라서 색깔에 현혹된 나머지 소재의 형태나 구성, 구도와 같은 조형적
            호박과 연관된 추억 및 정서를 드러내는데 있다. 회화적인 이미지로서의 형태       인 이미지를 놓치는 일이 없다. 그만큼 색채의 순도를 낮춘다.
            미에 앞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주도하는 소재로서의 성격이 선행한다. 다시 말
            해 호박을 통해 상기되는 추억의 단편들을 시각화하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그림을 현실로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일루전을 매개로 하는 평면회화의
            그의 작업은 이야기 그림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고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표현기법을 도입했다. 한지를 겹쳐
            유의 스토리가 담기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붙인 다음 젖은 상태의 한지를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듯 파내어 군데군데 음각
                                                            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배치되는 음각
            소재의 배치 및 구성에 따라 시각적인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그 내용      형태의 원형의 요철 형태의 이미지는 단조로운 구성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
            도 바뀌게 된다. 작품에 따라서는 풍경화에 가까운 구성 및 구도가 있는가 하      기에 채색이 깃들여짐으로써 오톨도톨한 반점 형태의 이미지는 조형적인 아
            면 정물화의 요건을 갖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든 간에 호박이라는       름다움을 배가시킨다. 형태묘사가 아닌 추상적인 이미지를 개입시킴으로써
            소재 자체의 형태미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형태에 대한 재해석을       현대적인 회화로서의 기능을 얻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부조와 같은 형태의
            통해 호박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형태는 왜곡되거나 변형되어 조형적인 아름        입체적인 공간감이 생긴다. 더구나 사각형의 한지를 붙이는 콜라지 기법을 병
            다움이라는 목적에 순응한다. 실제로 그의 작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재인        용함으로써 추상적인 공간이 확장된다. 이는 구성적인 요소로서도 손색없다.
            호박을 비롯하여 호박꽃과 줄기 및 더듬이의 비정형의 형태해석은 조형적인         한지나 채색물감은 전래의 것이고, 소재는 토속적이고 향토적인데 반해 조
            상상력의 소산이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왜곡하여 동화적인 또는 우화적인         형적인 기법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지향한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린이의 상상을 빌어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         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상승작용을 이루는 하나의 좋은 본보기라
            인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현실로부터 멀어진 과거의 시공간으로 안내한          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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