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2021년 01월호 전시가이드
P. 21
Sunset 60.6x50cm Oil on canvas
상으로 하는 사실주의 작업과 인물을 제재로 하는 환상적인 작업이 그것이다. 름 아한국인에게 소나무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인 가옥은 모두 소나
두 가지 형식의 작품을 함께 놓고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무로 지어진다. 구하기 쉽고 가공하기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이 우수
완연히 다르다. 사실주의 작업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인물을 배치하는 목가적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문인들은 물론 화가들에 의한 소나무 예
인 풍경이다. 이에 반해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환상적인 작업은 이렇듯이 서 찬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인의 삶 및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로 다른 소재 및 기법으로 인해 두 작업의 형식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럼에 그가 소나무를 소재로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비바람에도 굳건하
도 불구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에 내재하는 정서는 물론이려니와 기법에 고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상록수로서의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서에 큰 영향을
서 공통성을 감지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붓의 움직임, 즉 붓 터치를 거 미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형태적인 아름다움은 한국적인 풍토가
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표현된다. 소나무를 중심 소재로 하는 사실 만들어낸 하나의 미적인 가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의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적인 풍경작업의 경우에도 마치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곱다. 그러다보니 마치 있듯이 한국의 소나무는 그 모양새가 수려하다. 철갑과 같은 껍질은 입체적이
살며시 안개가 가린 것처럼 느껴진다. 극렬한 사실성을 추구하는 사실주의 조 어서 다른 나무들과 확연히 구별될뿐더러 침봉 모양의 잎은 독특한 형태미를
형개념과는 일정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자랑한다. 이와 같은 외양과 정서는 현실을 이상화하는 그림의 소재로서 더없
그래서일까. 그의 풍경화는 현실에서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으로 보 이 적합하다. 그의 소나무는 부드럽고 고운 이미지로 표현됨으로써 풍부한 시
인다. 현실적인 풍경을 몽환적으로 만드는 조형적인 특징은 그 자신만의 주관 각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적인 잎 모양은 이
적인 시각을 반영하는데 있다. 이는 이상적인 현실세계에 대한 예술가적인 의 제까지 보아온 소나무에 대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미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의 표출이지 싶다. 현실적인 풍경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사실성, 즉 자연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어쩌면 평범한 소재일 수도 있는 소나무를 전혀 다른 시
미에 대한 감동이다. 반면에 회화적인 이미지는 현실을 실제보다 미화함으로 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 것은 그 자신만의 조형감각에 기인한다. 인물화
써 획득되는 조형미에 대한 예찬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 에서 볼 수 있는 곱고 부드러운 표현기법과 무관하지 않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