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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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 작업실-피카소와 마주하다_145.5×224㎝_oil on linen_2020
어 두 작품이 서로 연결 고리를 지니기 때문에 이 컬럼에서 두 작품의 이미지 한 레이딕스(radix)로 작용하지만, 기존의 실내 구성에서 볼 수 있었던 차가우
를 선별하여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카소가 존경하여 변주한 작품에 면서도 따뜻함이 공존하는 강렬함 혹은 강력함과는 결이 다르게 서로 다른 상
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외에 그가 최고로 존경한 미술가 고야(Francisco 징과 은유를 내포한 최신작 속에서의 오브제들이 불러일으키는 다양성의 혼
José de Goya y Lucientes/1746-1828/스페인)의 ‘1808년 5월 3일’(1814)도 재는 카리스마에서 벗어나 좀 더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전환
있다. 남경민 작가도 작품에 바로크(Baroque)라는 단어를 직접 명기했듯, 바 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카리스마와 카타르시스는 결코 양 끝단에 존재하는 것
로크의 특징이라고 말해지는 “파격적 효과, 감각적 풍요, 생동감 있는 동적 표 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작가는 지금 이 둘의 균형 중에 카타르시스에 더 무
현, 화려하고 풍부한 장식”(wikipedia.org)은 작가의 작품과도 접점을 지니기 게를 두고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예언자라는 뜻을 지닌 영적인 곤
에 그 대표적인 미술가인 벨라스케스에게 끌리는 것이리라. 창밖으로 펼쳐지 충인 나비는 작가 스스로에게는 “영혼의 매개체”이자 화면에 생동감을 고조
는 야외 풍경은 우드(Grant DeVolson Wood/1891-1942/미국)의 ‘어린 옥수 시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화면에 부유하는 나비를 표현함으로써 영혼이 맑
수 밭’(1931)과 ‘봄이 오네’(1936)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고딕 미술의 순수함 아짐을 느낀다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작가는 말하길 “작품에 등장하는 나비
과 명징함에 감명받은 우드의 고향 풍경에 대한 묘사는 남경민 작가에게서 볼 의 흐름은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가들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
수 있는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풍경 묘사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결국 지금 인 동시에 작가의 자의식을 상징하는 의식의 흐름을 이룬다”고 하니 나비라는
이 있기까지 작가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위대한 미술가들의 존재 자체가 작품의 구성에 대단히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흔적들은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으로서 작가의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이 나비는 작품마다 존재하지 않고 대단히 선택적으로
데, 이것이 작가 스스로에게 작업을 향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포함되어 있어 수많은 오브제를 하나로 엮어주는 존재였으나 굳이 은유와 상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징으로서 나비를 덧붙일 필요가 없는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되기
도 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건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자의 마음이라고
그럼에도 작가의 기존 작품과 비교를 하게 되는 이유는 작가의 이전 작품인 ‘ 작가는 말하지만, 실외로 확장되는 공간의 전개, 나비라는 매개체가 더 이상
내면의 풍경으로 걸어가다’(112×194㎝/oil on linen/2011)에서 볼 수 있었던, 중요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러한 작은 변화의 가능성들은 다음 행보에서
말끔하지만 고독한 실내 정경 속에서 모든 오브제가 최소화된 채 한 무리의 어떻게 진행될지 가슴 졸이며 기다려볼 일이다. 초대받아 당도한 그곳에서는
나비 떼가 날아가는 초현실적인 구성이 지니는 인상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개 인간사에서 중요한 그리고 미술적으로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들이 여전히 존
인적으로 더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징과 은유는 작가와 뗄 수 없는 중요 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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