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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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스스로 캔버스에서 소성되는 항아리가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를 담는      이 살고, 세상살이나 세상이야기가 담기는 그저 질팍한 항아리면 족하다. 그렇게
            그릇이길 원한다. 기억에 있는 소중한 추억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숨기기보다      생긴 항아리는 달을 닮아 우리네 민심을 담고 역사와 시간이 스며든 우리이야기를
            는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면 그만이다. 어느 공간, 어   간직한다. 한아름으 안기조차 부담스러운 커다란 항아리는 손 떼가 묻고 시간에
            느 벽면에 붙어있는 가족사진 같이 이미 마음에 가득하기 때문에 별나지 않는 그     적셔져 낡았지만 풋풋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 구워질 때 터진 도자기가 아니라 시
            러한 항아리이고자 한다.                                   간에 부식된 금간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항아리를 선택한 것에 특별한 이유에서 라기보다는 사람들과 친숙하지만 지금에       자개로 항아리를 빚는다. 잘개 부수어진 자개조각을 붙이거나 일정하게 편으로 잘
            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일반의 기억을 따라간다. 알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가지고   려진 조각들을 붙여나간다. 하나에 우주의 띠끌 같은 사람살이를 빗대고, 한조각에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생각속의 물건이다. 알고 있는, 알았을, 알게 될 어떤 물건  무한한 세상의 이치를 생각한다.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항아리에서 무한의 공간과
            에 자개를 붙인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어느 순간 특별한 생각의 일부로 자리    영원의 가치를 찾는다. 조금은 철학적이고, 조금은 관념적일지는 몰라도 캔버스에
            한다. 이것이 자개로 항아리를 빚는 이유이다.                       서 소성된 항아리는 무엇도 담을 수 없지만 무엇도 담을 수 있는 무한의 영역이다.
                                                            자개 한 부스러기, 자개 한 조각으로 만들어진 달 항아리는 캔버스 중앙에서 가장
            빛으로 도자기 형틀을 만든다. 보이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빛으로 구운 도자    자리로 퍼진다. 깊은 광채를 품은 자개와 진한 아크릴 물감과의 경계선이 만들어진
            기는 캔버스에 내려앉아 모양이 만들어진다. 잘생기고 예쁜 도자기가 아니라 사람     다. 선명한 구분이 있지만 그것은 경계가 아니라 타자와 만나는 접점으로 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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