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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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하염없는생각, 1987, 적동-황동, 백동 300x60x80cm
현대금속공예의 선구자
미싱이라고 써있는 단어가 눈앞에 확대되면서 “내가 금속 작품을 만들어 보면
김승희 작가 어떨까?” 이 생각을 하면서 메탈스미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미국문화
원 도서관을 찾아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금속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1970년 미국에서 가장 역사깊은 미술학교인 ANBROOK
ACADERY OF ART”에 장학금을 받고 부푼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다.
글 : 이문자 (전시가이드 편집장)
희망과 기대를 품고 온갖 상상을 하며 시작한 첫 수업의 장소는 대장간이었
고, 교수는 쇳덩이와 3키로가 넘는 망치를 주면서 두들기라고 했다. 도자기 수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김승희 작가는 대학 3학년때 도자 업을 못한다고 금속공예를 선택했는데 더한 강적을 만난 것이다. 기운이 없
수업을 하던 중 함석지붕 위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뙤약볕에 땀을 비오듯 흘리 어 여기에서 어떻게 하든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전도 못하고 아는
며 물레를 발로 차는데 더위에 지치기도 하고 허약한 체질로는 도저히 감당할 사람도 없는 타국에서 도망갈 길이 없어 선생님이 시키는 데로 할 수 밖에 없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건 내 적성에 었던 그 시절,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한참을 두들기다 보니 어느순간 기분이
안 맞아!”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금속공예가 오늘까지 50여 년
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 때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두들기던 눈물단지 작품
어느날 명동을 갔는데 외국잡지를 파는 헌 책방 앞을 지나치다 미국의 craft라 이 이제는 보물단지가 된 것이다.
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금속그릇을 접하는 순간 뭔가에 끌
리기 시작하였고, 원하는 페이지를 책상 위 벽에 붙여놓고 감상하며 메탈 스 유학을 마치고 1976년 국민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하면서 현대적인 서양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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