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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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기원1, 100호 M, 혼합재료
코리아아트페스타포럼 KOREA ART FESTA FORUM
코리아아트페스타(대표 석천 허필호)는 전통과 현대를 어우르며 동-서양화, 공예, 목각, 서예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발굴하고 선보이며
감상할 수 있는 예술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부적의 조형화-도예로 빚어낸 회화의 세계
용기로서의 기면이 아니며, 자신의 철학을 펼치는 화선지, 캔버스나 다름없
석천 허 필 호 는 것이다.
그는 백자의 기면에 청화 유약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전자는 김
정희 추사체를 연마한 것이다. 붓을 눕혀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필봉의 두
글 : 최병길(철학박사, 원광대학교 조형예술디자인대학 학장) 께와 글자의 부수(部首)에서 강약의 변화가 많기 때문에, 농묵으로 인한 서체
의 강한 물성적, 질료적 특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그의 서체에서는 마치 바람
중진도예가인 석천 허필호는 요즈음 보기 드물게 도·화·서·각의 세계를 일구 에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노송처럼 작가의 강한 정신과 더불어 풍부한 감
어낸 작가이다. 따라서 그를 일러 도예가라고 칭할 수도 있고, 서예가, 화가나 성도 감지되는 것이다.
철학자라고도 칭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세계는 기본적으로 전통도자의
기형(器形)에서 출발한다. 필자는 그가 백자를 선호하는 이유로서 전통의 고 도예가 허필호의 예술세계는 오랜 기간동안 매우 진지한 진화를 거쳐 왔음을
수, 도자기의 개념 중 ‘용(用)’의 강조, 그리고 인간의 재앙을 물리칠 부적의 깨 알게 된다. 그 진화는 그의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예술가로서의 모습에도 공
끗하고도 신성한 본체를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보고 있다. 히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가 최근까지 연구해 온 부적 시리즈에 대한 다각도
의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다양한 매병, 대호, 접시 등 조선시대의 백자 기형을 물레성형으로 만
들어냈으며, 고온의 소성과정과 유약의 적절한 선정으로 인하여 기면에 자 왜냐하면 그가 일구어 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는 이미 매우 심오하고 풍요로운
연스러운 균열이 남아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도자기의 기면(器面)이 단순한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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