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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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4 오백장군 갤러리 기획전













                        2024. 11. 12 – 25. 2. 23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갤러리 (T.064-710-7731)






















        노자와 산방굴사, 180x500cm, 천에 먹, 염료, 아크릴릭 물감.  2021


                                         서예는 인간의 정신성을 중시하는 예술이지만
                                     이 시대 예술로서의 지위나 대중성을 확보시켜주지 못했다.
                                     이제는 구태여 동서 간에 미학적 구분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서예도 모순의 논점을 초월하여 융합하는 자세와 시대미를 읽는 지식과
                                          미래를 보는 혜안이 요구되는 시대에 있다.

        글 : 강수지 (제주돌문화공원 학예연구사)
        오백장군갤러리에서는 2024년을 융합서예술가 양상철의 《제주, 생각하          하는 장이다.
        는 바람》전시로 갈무리한다. 양상철의 전통 서예 작품과 현대 미술 제작
        방식이 엿보이는 ‘융합 서예’작품 등을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서체 가운데 작가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는 초서는 글씨가 가진 율동성을
        2018년 제정된 「서예진흥법」에서는 서예란 문자를 중심으로 종이와 붓,        미루어 바람에 비유되곤 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금석문(金石文), 고시
        먹 등을 이용하여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각 예술이라고 소개한다.          (古詩)를 담은 전통 서예 작품에서 초서가 가진 리듬감과 작가의 개성을
        법이 명시하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서예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하며 민족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문화 창달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서예는 한문이라는 언어적 장벽, 화
        선지, 붓, 먹 등 전통적인 재료가 가지는 거리감 내지는 불편함 등으로 인       ‘융합 서예’작품에 속하는 작품들은 세로가 긴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게
        기가 많은 예술 분야는 아니다. 서예를 영어로 번역하자면 ‘캘리그라피          작품 규격이 가로가 길거나, 변용된 구도로 제작된 작품이 있다. 천, 캔
        (Calligraphy)’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캘리그라피’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   버스, 목판, 판화지 등 다양한 바탕 위에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아크릴이
        답게 쓰는 기술을 가리키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캘리그라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르고, 긁어내고, 문지르고, 뜯어내는 등의 다양
        피’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나 책 속의 내용은 필기구         한 현대 미술적 방식이 가미된 작품을 작가는 ‘융합 서예’라고 소개한다.
        를 다루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관람객은 전통 예술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
        이런 지점에서 양상철은 서예의 시대성, 다양성, 대중성, 현대화를 모색         을 것이다. 때론 형식을 탈피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현대를 주제
        해 온 작가이다. 중학교 때에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서 서예를 배운 그는         로 하는 등 여러 가지 변주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필기
        대학 전공이 서예가 아니지만, 퇴근 후 작품 활동을 해오며 지금에 이르         구 사용이 더욱 감소한 오늘날 여태까지 지필묵의 현주소를 냉철하고 처
        기까지 20여 년이 흘렀다. 《제주, 생각하는 바람》이라는 제목에서 연상        절하게 살펴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만이라도 ‘쓴다는 것’을 떠올
        되듯이 제주의 자연, 특히 바람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한 결과물을 소개          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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