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샘가 2023.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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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남편은 그렇게 이 세상 소풍을 끝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써내려가는 것은 말씀이 육
            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주님께서 말씀으로 나를 살리셨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항상 함께였던 이 장막에 거짓말처럼 홀로 남겨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멈춰버
            렸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이 그대로인 모습에 점차 삶의 이유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
            다. 깊고 깊은 늪에 빠져들면서 찬양은 시끄러웠고 말씀엔 화가 났고 기도를 시작하면
            한마디도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버립니다. 발버둥쳐도 하나님을 붙잡을 수 없
            었습니다.
            자녀들 앞에서는 담대한 척 잘 이겨나가는 척 했지만 점점 피폐해지는 자신을 보며 정
            신 차리자며 세상 밖으로 나가 친구들을 만나며 위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럴수록 외로움과 슬픔의 무게가 더 해질 뿐이었습니다.

            난도질당한 상처에 소금이 뿌려지는 듯한 어찌할 도리가 없는 끝도 없는 슬픔이 나를
            압도하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어
            린 시절부터의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개척교회를 섬기던 시절 QT
            하던 모습이 떠올랐고 QT전도사님이 생각났습니다. 10월 5일 수요일 10시 27분 전도
            사님과 통화하게 되면서 저의 삶은 샘가 QT로 인해 심연의 늪에서 건져지게 됩니다.


            처음 샘가를 접했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성동교회 수요 QT예배였습니다. 목
            사님의 말씀에 토시 하나도 놓치기 아까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QT를 시작하게 되었고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는 말씀이 나의 슬
            픔과 절망과 보아지 않던 죄까지 찔러 쪼개기 시작하였습니다.
            말씀을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다음 구절로 넘어가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수
            요 예배가 내 존재의 이유인 것처럼 기다려지고 설레었으며 목사님이 단상에 서시면
            가슴이 콩닥거리며 말씀에 대한 기대로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디모데후서, 하박국, 스바냐, 스가랴, 레위기를 이어나가는 동안 말할 수 없는 은혜와
            평강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가득 찼던 그 자리를 주님께 내어 드리며 참으
            로 많은 시간 회개와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에게 있었던 시련을 주님께서 은사로 바꿔주셔서 나의 눈물이 흘러간 그 길을 따라
            누군가의 아픔이 감사의 눈물로 바뀌어 같이 흘러갈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똑딱이는 메트로놈처럼 습관적인 신앙생활을 해 온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를 남편의
            부르심을 통해 거듭나게 하신 것은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
            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하심인줄 압니다.
            그러므로 언어가 짧고 글이 짧은 나이지만 주님 앞에 서는 그 날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
            다. 주님! 매일 QT하면서 소처럼 뚜벅뚜벅 걷다보니 여기 주님 앞에 서 있습니다.
            주님! QT는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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