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하영준 展 2023. 6. 7 – 6. 13 갤러리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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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龍松 Ⅲ 34x23.5cm 화선지에 수묵
들은 마음과 정신의 눈으로 그 형상을 유추하면서 자연
에 대한 감흥을 받는다. 꿈틀거리는 용처럼 솟구치는 소
나무의 기세나 날카로운 댓잎 몇 개를 드리우며 직립하
는 대나무 또는 몇 개의 댓잎만 산개해있거나 무성하게
벌어진 한 송이 꽃 등이 함축적인 표정으로 머물러있다.
그것은 구체적인 자연대상과 추상적인 질료의 흔적 사
이에서 진동한다. 구상과 추상이 혼재되어 있고 사실과
환영이 공존하며 대상과 이를 기술하는 문장/시가 병존
한다. 보는 그림이자 읽는 화면이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대상은 실제로부터 추출된 함축적
인 도상으로 출현한다. 여기서 간소화된 도상의 독특함
이나 매력적인 형상화가 그림의 핵심이 될 것이다. 보편
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작가 특유의 것으로 도상화 해내
는 그 맛이 그림의 힘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자기만의 문
인화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선에서 출몰하는 이 그림은 문인화의 전통에 충실하되 대상을 가능한 극화시키고 방법론을 추상에 유사하게
다루면서 수묵화의 표현기법에 대한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더불어 시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담고 있다. 시는 문인들의 내심을
표현하는 도구인데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수단, 예술가의 의경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이다. 전통적인 문인화에서 시·서·
화는 각기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문예가 아니라 상호 침투되고 융합되어 일체화된 예술이라는 것, 서권기와 문자향이 있어야 격이 높
은 탈속적 문인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한문이 아니라 한글 서예를 통해 제발(題跋)의 독해를 가능하게 하고 보는 이들에게 익
숙한 시, 문장을 매개로 작업의 의도와 감상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자와 그림, 문학적인 내용과 시각적인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빚
어내는 어느 경지를 적극 도모한다.
하영준 그림의 화목은 여전히 사군자이고 자연물에 의탁 된다. 그 경(景)을 빌어 정(情)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른바 의경(意境)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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