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샘가 2025. 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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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특징
            전도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책에 두 개의 목소리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소리는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전도자”의 목소리인데 그는 이 책의 주된 목소리
            이다. 그를 소개하는 또 다른 소리가 바로 책의 시작과 마지막에 나타나는 “저자”의 목소
            리다. 저자는 전도자가 한 말들을 수집하고 책의 마지막에서 모든 것을 요약해 우리가 전
            도자의 말을 잘 듣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도자가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은 우리의 삶은 너무도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그 무엇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전도자는 책 전반에 걸쳐 이 불편한 사실들을 하나로 묶는 은유적 표현을 38
            번 사용하여 삶의 모든 것이 “헤벨”이라고 말한다.
              헤벨은 히브리어로 “수증기” 또는 “연기”라는 뜻인데. 수증기는 잡힐 것처럼 보여도 막
            상 잡으려 하면 잡히지 않으며, 또 안개처럼 자욱한 연기 속에 갇히면 우리의 시야가 가
            려져서 선명히 볼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전도자의 핵심 가르침을 책의 서두와 마지막에
            서 “헤벨 헤벨 모든 것이 정말 헤벨”(1:2; 12:8)이라고 요약한다. 대부분의 성경은 “헤벨”
            이라는 말을 “헛되다”로 번역하지만, 이는 은유의 핵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전도
            자가 말하는 것은 삶이 헛되고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은 수수께끼 같
            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도자는 이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인생이 얼마나 수수께
            끼 같고, 역설적인지, 잡힐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잡으려 하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연
            기처럼 묘사한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하다. 전도자는 이것을 바람을 잡
            는 일, “헤벨”이라고 말한다. 헤벨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포착하기 어려
            운 수수께끼 같은 것이다. 지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항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이 헤벨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역설적으로 여기서 전도자는 해 아래
            의 삶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는 열쇠를 발견한다. 그건 헤벨을 받아들이는 것, 우리 삶이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도자는 그의 독백 중 여섯 번의 가장 암
            울한 시점에 하나님의 선물은 단순하고 소박한 것(우정, 가족, 좋은 식사, 화창한 날 등)
            을 기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것들을 제어하거나 당연히 보장할 수도 없지만,
            하나님을 전심으로 신뢰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된다.
              전도자의 모든 말을 맺은 후 저자는 다시 목소리를 내어 책의 결론을 내린다(12:8-
            14).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계명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
            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
            라”(12:13-14) 이렇게 저자는 전도자를 통해 우리의 그릇된 소망을 지적하고 시간과 죽
            음 때문에 인생이 전혀 우리 손에 달려있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삶의 참된 의미는
            하나님께서 심판 날에 이 모든 헤벨을 없애고 이 땅에 참 정의를 실현하실 것을 소망할
            때 주어진다. 비록 삶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하지만 그 소망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정
            직하고 온전하게 살도록 도와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전도서가 전하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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