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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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미친놈의 광기
카메라 둘러메고 사진에 미친놈 5명이 덕유산을 올라간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데 앞사람
발자국만 바라보면서 걸어간다. 거친 숨결로 보아 아마도 쉬어서 땀도 닦고 물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야
할 성싶다.
마누라가 하는 말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겨울 한 밤 중에 슈퍼에 가서 라면 한 봉지 사 오라고 한다면 싫은 소
리 한마디 안 하고 사다 줄 사람 몇 명이나 있을까? 누가 백만 원 줄 테니 덕유산 꼭대기 가서 사진 찍어 가지고
오라고 하면 갔다 올 사람 몇이 있을까? 아마도 미치지 않고서야 한 밤 중에 20kg의 가방을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어찌할 수 있을까 말하며 서로가 낄낄대며 걸
어가고 있다.
너무 일찍 올라온 턱에 추위를 피하여 상제루 앞 화장실에서 몸을 녹이고 촬영을 가야겠다. 새벽에는 스키 타는
사람들이 없어서 화장실은 한가하며 전기 히터가 있어서 따뜻하다.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가 있어서 소변기로 냄
새가 올라오기 때문에 여자 화장실에 미니 텐트를 치고 잠시 추위를 피해 본다. 일출 해가 떠오르려면 2시간은 있
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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