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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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타산 정상을 향하여
새벽바람을 가르며 태백산 줄기 두타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얼마나 조급하게 올라왔으면
정상까지는 6.1km 남았다. 눈에 쓴 안경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올라왔단 말이냐.
밤하늘에 별은 총총하고, 찬 기운은 산자락을 휘감는데 대박이 아니면 어떠하며 운해가 없는 사진인들 어떠하랴.
옅은 안개가 밀려온다. 대자연 그대로가 내 마음에 그려져 있지 아니한가.
오늘도 대박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오늘도 정상에서 맛보는 그 기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땀 냄새로 몰려드는 날 파리와 나방이 헤드라이트 앞을 가리어 그 아름다운 풍광과 우주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산을 올라갈 수가 없구나.
월드컵 16강 축구경기도 구경 안 하고 올라온 보람이 분명 있는 것이다.
정상에 힘들게 올라왔으나 앞은 보이지 않고 힘내라 대한의 건아들이여!
어슴푸레 날은 밝아오는데 어느 포인트로 가야 한단 말이냐.
가자 8강으로~
한참을 기다리니 멀리 설악산이 보이고 동해바다는 불기둥으로 물 드는데 파이팅!
연초록색 실록과 골골이 보이는 운해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구나.
4×5판 카메라를 설치하고 루페 렌즈로 핀 글라스를 보는 순간 2010년 6월 23일 태백 두타산에서
앞이 흐린 것은 웬일일까. (월드컵 16강 축구경기 구경도 마다하고 사진에 미쳐서 두타산에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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