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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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설악산에 올라
봄부터 준비하고 큰맘 먹고 3박 4일 간 일정으로 설악산을 향한다.
설악동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4시간 30분 만에 신선대에 올랐다. 평상시에 맨 몸으로 올라가 봐도 보통 5시간은 걸리는 시간인데
25kg의 무거운 카메라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시간치곤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기대와 희망을 안고 걸어가는 밤길에 동행하는
김진국 회장 내외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의 발걸음은 카메라와 식량을 넣은 25kg 배낭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만 같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 내 속에 다른 힘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힘을 가해 주기 때문이다.
비가 온 후라서 운해를 기대했건만 운해는 고사하고 말짱한 하루였다.
새벽 벽두부터 세찬 바람과 대면하면서 내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큰 산에 올라오니 첫날부터 좋을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은 그냥 하산해야 될 모양이다. 다음 날을 기대하고 희운각 대피소에서 하루의 피곤함을 단잠으로 풀었다.
오늘은 어떠할꼬?
셋째 날도 가랑비로 하루 종일 낯선 이방인들의 신고식을 하는 날이었다. 다람쥐와 비와 바람 나무의 속삼임과 친구 하면서 바위 속에
몸을 기대고 대청봉을 내려와 공릉능선과 마등령을 넘어 다시 화채능선을 눈으로 오르기를 수십 차례 하였다. 그래도 둘째 날은 작년
가을에 소청산장에서 3박 4일을 같이한 예산의 장화균씨를 만나 사진에 대한 대화를 하였고, 오늘은 서울에서 온 김영환 씨와 어제
오면서 멧돼지가 신흥사부터 따라와서 죽는 줄 알았다는 대구의 남진우 씨와 같이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여 년간 여덟 번의 설악산 촬영에서 그래도 여섯 번은 운해가 바다를 이루는 광경을 촬영하는 행운아였다. 좋은 사진만을 촬
영하겠다는 욕심을 산은 용납하지 못하는가 보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이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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