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샘가 2023년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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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가에 차려진 식탁(주일 설교) 3
예수의 긍휼과 베드로의 눈물
누가복음 22:54-65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대제사장의 집 뜰 안으로 몰래 잠입했던 베드로에 대해 소
상히 기록하고 있는 본문은 우리들로 하여금 베드로 안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보게 하
며 또한 그 연약함을 체휼하시는 예수를 뵙게 해줍니다.
1. 베드로의 실패를 예고하신 예수(34)
"이르시되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
고 부인하리라 하시니라"(눅 22:34)
겟세마네 동산에서 대제사장의 군병들에 잡혀 가야바의 법정으로 끌려오신 예수를
베드로가 멀찍이서 따라갔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불을 쬐고 앉아 예수를 심문하
는 것을 구경하는데 그 자리에 베드로도 함께 했습니다. 당시 베드로의 마음은 극한
슬픔과 회한으로 가득차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 전부를 던져 선생님을 따랐는데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시다니! 그처럼 당당하고 능력 많으신 선생님께서 이처
럼 나약하고 무능하게 끌려가시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3년을
어디서 보상받는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그는 스승의 재판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습니
다.
그 때 모닥불 불빛에 환하게 드러난 베드로의 모습을 본 한 하녀가 그의 얼굴을 알
아보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었었느니라!" 그 때 베드로는 반
사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나는 그를 모르오!" 조금 지나서 또 다른 사람이 그
를 알아보고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그러자 베드로는 "천만의 말씀. 나는 절대로 아니
오." 강력히 부인하였습니다. 재판은 점점 험악해져 갔습니다. 군병들은 주님을 때리
고 희롱하며 온갖 모욕을 주었습니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베드로가 예수께서 당하시
는 고난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또 한 사람이 곁에 다가오며 말했습
니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그와 함께 있었소! 이 사람도 갈릴리 사람이 맞소!" 베드로
의 갈릴리 사투리를 알아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죠. 궁지에 몰린 베드로는 얼떨결에 "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요? 내가 그와 동료라구?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그게 사실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지시요!" 마가는 그 장면을 기록하면서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
을 알지 못하오!"라고 적고 있는데, 마가복음이 베드로의 고백에 근거한 책이라고 할
때,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했던 발언은 사실임이 틀림없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그 자신
의 수치스런 과거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예수의 제자들에
겐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정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마태는 자
신에 대해 기록하면서 "세리 마태"라 썼고, 요한은 "한 청년이 홋이불을 두른채"라 기
록함으로써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의 허물을 스스럼없이 드러내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에 대해 정직할 때 주님의 용서와 사랑은 더욱 크게 느낄 수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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