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4년 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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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spacetime_혼돈과 조화(2),  194X259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spacetime_혼돈과 조화(3),  174X229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Space Time
                                                        었던 어머니를 회상한다. “어머니는 시를 쓰면 항상 나한테 읽어보라 하셨다.
        정 익 현 작가                                        어린 시절의 어머니는 늘 시를 짓고 서예를 했다.” 서체(書體)와 서사시(敍事
                                                        詩)가 그림 안에서 읽히는 까닭이다. 작가가 ‘심연(深淵)’을 통해 존재의 바탕
                                                        을 세우고(희망의 발견), ‘금빛 작업’을 통해 성서의 별과 같은 숭고의 시선을
                                                        발견한다. 장엄하고 거룩한 초월의 미감은 혼돈과 조화를 동시에 표현했을 때,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더욱 깊은 에너지를 얻는다. 작가는 인간이 아무리 추구해도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의 아름다움, 이른바 ‘숭고미의 발현’을 통해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
        갤러리 오모크(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366/3층 갤러리)에서는 9월3일     기를 작품 안에 녹여낸다.
        부터 28일까지(오프닝: 9.11수 4시) 《정익현 개인전 : Space Time》를 개최한
        다. 정익현의 작업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수묵과 아크릴의 어우러짐은 동·서미감의 만남을, 청빛과 금빛의 조화는 의
        보여준다. 해를 거듭할수록 평면 안에 ‘예술 고고학(Art archaeology)’과 같은   식과 무의식(내연과 외연)을 연결하는 다중 변주의 에너지를 자아낸다. 금빛
        사유의 깊이가 부여되는 이유다. 고통과 희망의 변주가 ‘심연의 청색(Blue of   희망은 무한한 우주의 청빛으로 인해 더욱 자신을 드러내며, 금빛 위에 휘몰
        the abyss)’이라면, ‘사각의 금빛(Golden square)’은 우리를 되살려낼 ‘성스러  아치는 ‘먹의 에너지’는 작가의 흔적을 ‘서체(書體)’처럼 드러낸다. 정익현 작
        운 생명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작품들은 신작 <spacetime>(2024)에서 ‘자  가는 한국화를 바탕한 균형과 조화의 논리를 정중동(靜中動)의 경지에서 다
        유로운 한국화의 획(劃)’과 만나면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스린다. 고요한가 하면 움직이고, 움직이는가 하면 멈추는 ‘깨달음의 발견’이
                                                        다. 시인 이태수는 정익현의 그림을 「심연(深淵)의 심상풍경」(2020)이라는 평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숭고한 자기 발견                         론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내면에서 반짝이는 희구(希求)의
                                                        마음자리”라고 평했다. 마티에르의 생동감을 절제와 심연의 에너지로 해석한
        정익현의 작품에서는 시가 읽힌다. 무엇 때문일까. 작가는 어린 시절 시인이       것이다. 이에 진일보해 평론가 이진명은 「IL Mare-Wave: 자신들이 가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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