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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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 전경



        파주 보광사(普光寺) 벽화                                  의 참 멋인 예스러운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보기에 편안해서 너
                                                        무 좋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대웅보전에는 판벽에 그려진 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사찰에서는
                                                        문을 낸 정면을 빼고는 석회를 바른 회벽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좌우, 뒷면을
        보광사(普光寺)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고령산 기슭에 위치한 사찰이다. 통       나무로 만든 판벽을 댔으며 이 판벽에는 위태천도, 기사문수동자도, 금강역사
        일신라시대 진성여왕(眞聖女王)의 명으로 도선(道詵)이 개창하였으며, 1215      도, 반야용선인접도, 괴석도, 대호도, 노송도, 연화화생도, 백의관음도, 기상보
        년(고려고종 2)과 1388년(우왕 14)에 다시 지었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현동자도 등 10점의 다양하고 뛰어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나무 판자를 댄 판
        때 모두 불타버린 것을 1622년(광해군 14)에 다시 지었으며, 1740년(영조 16)  벽은 회벽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져 판벽에 그려진 벽화의 수명도 그다지 오래
        에 중수하여 영조의 생모 숙빈최씨(淑嬪崔氏)의 묘소인 소령원(昭寧園)의 기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판벽에 그려진 벽화들은 길지 않은 내구
        복사(祈福寺)로 삼았으며, 1901년(광무 5)에도 중수하였다.             성에도 아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대웅보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에 팔작지붕을 한 다포식 건물이다.      대웅보전 남쪽 판벽에는 왼쪽에 위태천(韋駄天), 중앙에 사자를 탄 문수동자
        경사진 지형에 장대석 기단을 높이 쌓고, 주춧돌은 덤벙주초를 놓았다. 주춧돌      를, 오른쪽에 금강역사가 그려져 있다. 특히 위태천이 그려진 벽화는 휘날리
        위에 배흘림 기둥을 세웠으며, 첨차의 외부 살미에는 앙서의 윗면에 연꽃, 수      는 천의에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위풍당당하게 갑옷을 입고 긴 금강저(金
        서의 밑면에 연꽃 봉오리를 조각하였다. 외부에는 정면 어칸에 용모양의 안초       剛杵)를 양손으로 잡고 서있는 도상이다. 위태천은 남방 증장천왕의 8명 신장
        공(按草工)과 귀추녀 밑을 받치고 있는 용머리 모양 조각 등으로 화려하게 장      중의 한 명으로서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중생들의 묵은 재해와 오랜 재앙을
        엄하였으며, 내부의 제공(諸工)은 모두 운공(雲工) 형태를 갖췄다. 천장은 우     없애주는 역할을 하며 불법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물천장으로 중앙에는 평반자를, 측면에는 빗반자를 댔다. 내부 뒤쪽 중앙에만
        고주(高柱) 2개를 세우고, 벽은 정면에 칸마다 4짝 띠살분합문을, 좌측면 앞퇴    후면 판벽에는 반야용선인접도, 괴석도, 대호도, 노송도, 연화화생도 등 5점이
        칸에 1짝 빗살문을, 뒷벽 어칸에 2짝 띠살문을 달았으며 나머지 부분은 특이      그려져 있는데 연화화생도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벽화이다.
        하게 모두 판벽(板壁)을 댔다.                               연꽃은 환생이나 재생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불교
                                                        의 정토사상에서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 연꽃은 정
        현판은 가로 152cm, 세로 40cm 크기의 목판에 대웅보전(大雄寶殿)이란 글씨   토에 생명을 탄생시키는 화생(化生)의 근원으로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는 경
        를 양각(陽刻)으로 새겼는데 영조의 친필로 전해진다. '甲子中秋 玉澗書'라는      우에는 연꽃 속에서 화생하게 된다고 했다. 연꽃이 재생을 상징하는 또 하나
        관지가 있으며, 글씨가 단정하고 필선이 아름답다.                     의 연유는 생태적인 특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연꽃은 밤에는 꽃잎을 오
                                                        므렸다가 아침이 되면 새롭게 피어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해가 떠서 빛을
        단청은 다른 사찰의 대웅전이나 대웅보전에 쓰이는 가장 화려한 단계의 갖         비추면 만물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며 그 빛이 사라지면 어둠 속에
        은금단청으로 장엄하였다. 지금은 박락되고 퇴색된 상태이지만 오히려 단청         서 생명이 잠든다. 따라서 연꽃은 태양에 의해 재생하고 내세의 무량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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