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P. 40
權叔子 “평화나누기”
미술평론가 신 항 섭
그림의 묘미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시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이상화(理想化)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이상화된 세상
이 비록 화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 및 미적 감수성에 의해 꾸며진 가공의 세계일지라도 우리는 현실너머의 세상에 대해 공감
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화가의 상상력은 현실적인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초월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은 우리들에게는 영원히 열린 세상이다. 화가가 만들어 놓은 이상화된 세상을 근거로 하여
우리들 개개인의 꿈 또한 무한히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權叔子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바로 그 같은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도록 유도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상의 세계란 어떤 곳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이해 관계가 없는, 그래서 일체의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운 세
계를 의미한다. 또한 거기에는 인간적인 우월도 동물적인 열등도 없는, 만물이 평등한 평화로운 삶이 있을 따름이다. 차별과 다
툼으로 점철하는 인간사에서 보면 확실히 꿈의 세계이다.
그렇다. 그의 작품은 이상적인 세계를 지향한다. 그러기에 모든 현실적인 조거으로부터 자유롭다. 그의 작품은 현실적인 시간
및 공간 개념으로부터 떠나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들의 영원한 이상세계인 낙원의 정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지향하는 평화의 땅은 현실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꿈속의 세게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구축하고 있는 이상화된 세계는
그 자신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현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구축하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평화이고 그 대상은 언제나 자연이다. 인간이 주도하는 세계가 아니다.
신(神)의 섭리대로 따르는 자연적인 삶이야말로 이상경(理想境)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이상경에 적절한 곳을 현실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미 십수년전 부터 그가 살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청덕(淸德)마을과 낙
동강 강변마을 우망(憂忘)에서 하얀새 무리의 현란한 비상을 보면서 천상(天上)이 따로 없음을 깨달았던 그 짤막한 기억은 그 자
신으로 하여금 이상이란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 주었던 것이다. 이같은 현실적인 배경은 그
의 작품 세계가 단순한 상상의 조합이 아님을 말해준다. 물론 이와같은 소재 및 내용은 비현실적인 조형어법, 즉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소재의 배치방식에 의해 이상화 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현실감각을 문제삼지 않는 아동화의 자유로운 구성을 연상
케 한다. 이러한 소재의 배치방식은 현실극복의 의지를 반영한다.
그런가 하면 소재 및 대상의 형태해석 또한 비재현적이다. 역시 아동화와 유사한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감각을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작품의 인상은 소박파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형태를 단순하고 생략적인 이미지로 변형하거나 왜곡함으로써
간명한 인상을 준다. 적어도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명쾌하다. 세부적인 표현은 생략하고 단순화함
으로써 시각적인 이해가 명료한 까닭이다. 뿐만아니라 색채 이미지에서도 원색과 중간색으로 형식화 되고 있다.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