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이창기전 2024. 2. 11 – 2. 15 제주특별자치도 문에회관 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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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
제주대학교 정년을 기념하며 개인전을 연지 4년차에 접어들면서 그간에 공부했던 내용을 확인도 할 겸 두 번째 개인
전을 욕심내었다. 막상 작품을 준비해보니 내용면에서 부족함을 절감하였다.
개인전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갖는 것도 그렇다지만, 1년 동안에 모든 전시작품을 완성한다는게 무리한 일일 수
도 있었다. “너무 욕심내는 게 아닐까?.” “가당치도 않은 작품으로 무모하게 도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음을
짓눌러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도전할 수 없다면 앞으로 도전할 기회가 다시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
다”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나는 땀이 모든 것을 이루어 준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내가 짓는 농사도 그렇고 서예도 그러리라 믿었다. 그러나 서
예의 가치는 이런 단순한 역학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았다. 잘 쓴 글씨에만 예술성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
이다. 예술에는 땀 외에도 정신성과 심적 작용에 교융하는 교양과 지식들이 더 중요하다. 만약 서예가 이러한 인간의
내적 작용을 배제하여 기능성만을 목표한다면 얼마나 평범한 예술일 것인가? 서예 문자는 작품의 단순한 소재이기
전에, 인류의 삶과 오래된 역사의 징표로 이해한다면 글씨에 향기가 있고 글씨를 접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다. 이번 전
시를 준비하며 얻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깨달음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성과는 나의 은사이신 한천 양상철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예술의 방향성과 진
정성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전시가 세상에 선보이기 전에 하나의 일기와 같은 기록이라 생각한다. 준비하는 동안 변화된 환경과 주변 상황
등으로 감내하기 힘든 역경도 있었다. 이런 산고가 있었으므로 전시라는 보람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24. 춘망, 필묵의 싹을 틔우며
여안재에서 서여 이 창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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