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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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주모경(주기도문-성모송-영광송)
대동 세상을 꿈꾸는 몸짓 재의 퍼포먼스는 서양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동양, 그 중에서도 특히 몽
골리안 조상의 유전자가 핏속에 면면히 흐르는 한국적 사유의 원형성
심홍재 작가 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원형으로 전개되는 방위명을 능숙한
필치의 한문으로 쓰는 행위가 그것이다.
심홍재는 강렬한 빨강색 바탕 위에 낡아서 버린 자개 장농의 무늬 부
글 : 윤진섭 (미술평론가)
분을 오려낸 후 이를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하
80년대에 행위예술을 시작한 세대의 작가들 중에서 심홍재는 중진에 고 있다. 나는 그의 작업이 지닌 날 것 특유의 이 야생성을 주목해 보
속한다. 경력이 40년에 가깝고 횟수로 치면 300회에 달한다. 그럼에도 고자 한다.
불구하고 작업의 독창성이나 예술적 재능은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 한국 미술계에서 퍼포먼스는 이단아와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앞으
했다. 수 년 전에 나는 전국에 흩어져 행위작업을 펼치는 이들을 가리 로 그것은 주류로 부상될 것이다. 왜냐하면 퍼포먼스는 예술의 유일한
켜 '진귀한 버섯들의 군락지'라고 평하고 비평가와 큐레이터들이 관심 통합매체이기 때문이다. 퍼포먼스는 불가사리처럼 닥치는대로 포식
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는 예술계의 난입자이다.
광기에 찬 예술적 열정으로 신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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