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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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가지 말아야할 길
글 : 장소영 (수필가)
살다보면 과거의 기억이 방금 지나친 것 같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빛바랜 되어 왔다.
채 세월 뒤편으로 접혀 펼쳐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징검다리인 기억. 인간에게 있어 지나간 시간과 사건들을 다 기억하는 것 시간이 흘러 전쟁에 대한 기억도 아스라해졌고, 단절도 이제는 덤덤히, 통일
은 벅찬 일이기에 신께서는 관용을 베풀어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신 게 아닐까. 에 대한 태도도 냉정해진 우리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보
여주는 전쟁의 폭력과 비인간적 약탈과 추악한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
어느 새 2년 째 접어든 전쟁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분노가 솟구친다. ‘아~.우리도 이렇게 당했겠구나,’ 고비 고비 아수라판에서 버
무력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전 세 티고 살아냈을 부모님들 세대가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
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치하와 6.25 전쟁을 겪으신 아버지께서 가끔 옛일을 회억하시다 들려주
러시아는 알다시피 공산주의를 상징하던 국가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이 시는 말씀들은 마치 설화 속 민담 같다. 한적한 농촌까지 빨갱이들이 설치니
구축한 정치적,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철의 장막이라 불렀다. 이런 냉 한겨울 가족들이 피난을 떠난 깊은 산에 구덩이를 파 바닥에 짚다발을 깔고
전시대 소련과는 정 반대의 위치에 서있던 우리는 반공교육을 통해 북한, 중국 이불을 둘러 쓴 채 숨어있던 때다.
과 함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로 러시아를 알게 됐다.
밤새 함박눈이 퍼붓고 낮이 되어 산 아래쪽을 바라보고 경계를 하는 데 여우
광복 후 남과 북을 미국과 신탁통치로 나눠 간섭하다 북한을 부추겨 결국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구덩이 쪽으로 향해 오는 것이 아닌가. 큰 돌을 던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적인 6.25 전쟁을 일으키게 했던 국가. 소련은 중공과 지자니 북쪽 놈들에게 들킬까 싶고, 머리끝은 쭈뼛하니 무서워 구덩이 옆 작
북한에 협력한 공산국가로 말만 들어도 치 떨리는 늑대의 간악함으로 인식 은 돌멩이를 떨리는 손으로 더듬어 들고 있다가 가까이 왔을 때 휙 던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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