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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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1004@hanmail.ne
                                                                                         10-6313-
                                                                                               7
                                                                                     t  문의 0
                                                                     자료는
                                                                          cr
                                                                          ar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






























            고 한다. 돌에 맞아 “캥”하고 비명을 내지른 여우는 뒤를 몇 번이고 힐끗 돌아    그러나 웬걸, 교과서 속 공산주의의 냉막함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보며 어슬렁어슬렁 내려가더란다.                               무뚝뚝하지만 호의를 베푸는 러시아 시민들 덕분에 여행은 순조로웠다. 목적
                                                            지를 찾으려 버스 정류장에서 기웃대면 어디선가 젊은이가 다가와 영어로 말
            함께 들은 어머니의 이야기는 비극 그 자체다. 군인인 아들을 둔 집안에 일가      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냐며 오히려 궁금해 하고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 한
            친척을 색출해 밀어 넣고 불을 질렀다. 밤새도록 멀리 떨어진 외가 방문 밖이      다. 여기도 어느새 자유의 바람이 부나 싶어 호감마저 생겼다.
            붉게 물들고, 불길에 휩싸여 촤르르 기왓장이 불에 볶아지듯 타오르는 소리가
            온 동네를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당시 정미소를 경영하시던 친 고모부님께      봄인데도 우리나라 한겨울보다 심하게 진눈깨비가 뺨을 때리는 날씨였지만
            서도 빨갱이에게 끌려가 하루는 귀 한 쪽, 다른 날 다른 한 쪽,이렇게 신체 하나   이곳저곳 궁금했던 러시아의 수도를 맘껏 누비고 다녔다. 여기서 만난 사람
            하나를 훼손하는 잔인한 수법으로 고초를 겪으시다 세상을 뜨셨단다. 쌀을 군       들을 겪으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공산주의 국가라는 험악한 개념이 조금
            인들에게 내줬다는 반동분자란 죄목으로 상상치 못할 형벌을 받으신 것이다.        은 희석되었고, 몇 년 후 부모님을 모시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긴 일정으로 다
                                                            녀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수없이 일어난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역사
            자료와 사례를 통해 6·25전쟁의 실상에 대해 우린 배우고 익혀왔다. 그럼에도     현지인들과 몸짓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전통시장의 상인과 흥정을 하며 느
            70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전쟁의 상흔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낀 것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활인이요, 소시민이라는 것이다. 사는 지역이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끝을 모르고 진행 중이니 동병상련의 심정이 되어 우       다르고, 언어가, 피부색이 다를 뿐 우리는 같다. 그렇다면 분쟁은 왜 일어나는
            크라이나를 안타깝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걸까? 소시민들은 기껏해야 옷과 밥을 다툴 뿐 내가 괴롭고 타인이 고통스러
                                                            운 전쟁은 원치 않는다. 정치인들의 권력과 탐욕으로 인해 희생의 도구로 쓰
            오래전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모스크바에서 4박 5일의 여정으로 머물렀었        일 뿐이다. 러시아의 푸틴도 장기집권의 야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러 국가들
            다. 책으로만 배웠던 러시아, 그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 건 용기가 필요했다.    이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다니 커다란 모험이 될 것이었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경험해서 다시는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것은 오만이요, 죄악이 된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숱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 희생자와 악몽을 남겼을 뿐이다. 이제라도 과오를 뉘우치고 전쟁을 멈추길
                      •광주문학 현 편집위원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신은 우리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망각하는 선물은 주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시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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