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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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osition, 80×80cm, Oil on canvas, 2020





            사각형 위를 덮고 있지 않다. 연꽃 은 배경이 되는 창살 문양에 스며 있는 듯하다.   격자무늬의 화려한 색의 규칙적 배열은 안정감 있게 배열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그런데 오히려 그 맑고 처연함이 오히려 배경의 무게를 이기고 떠오른다. 화면의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우는 답답함은 결코 문혜자 작가의 것이 아니다. 정사각형의
            중앙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의 연꽃이었을 거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연꽃의       캔버스의  세  귀퉁이는  전혀  물감을  칠하지  않고  캔버스가  숨쉴  공간을
            흔적이  보인다.  그  대상은  존재하고  있는  듯하고,  사라질  것처럼  보이기도   남겨두었다. 그리고 한국의 전통 창살 이 방과 방을 나누기도하고 연결하기도
            하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중도 인가?  캔버스위로    하는 두 가지의 역할을 하듯, 배경이 되는 문양이 창문과 벽의 상징을 동시에
            떠오르는  연꽃은  무념  무상  무욕의  존재로  작가의  표상이  되었다.  놀랍다.   갖고 있다. 캔버스 위에 작가는 계속 중의적 상징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이것이 오로지 즉흥적인 붓질로 가능한 결과물이라니! 작품이 참으로 아름답다.      있다.  손대지  않은  캔버스의  세  귀퉁이는  전시된  공간의  벽과  일체가  되어
            또한 작가는 캔버스라는 2차원의 평면을 “그린 듯-안 그린 듯” 이 극복한다.     격자무늬를 창살처럼 보이게 하고, 짙은 적갈색 직사각형을 패턴사이에 불쑥
            회화가 공간을 얻는 순간이다. 그녀의 회화가 겪어온 많은 변곡점들이 있었지만      끼워 넣는다. 규칙적 패턴에 불쑥 끼어든 직사각형은 심신의 안정을 방해하고
            이 번엔 비우고 또 비움의 결과로 시각적 공간이 생긴 것이다. 마치 캔버스와      평온한 수행자가 피하기 힘든,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벽처럼 단단하고 뚫기 힘든
            보는 이 사이에 연꽃이 떠있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작가의 공부와 사색은 그      장애 로 보인다. 작가는 그의 노트에서 “이치의 망상으로 채워진 구성 위 허공에
            때마다 늘 작품으로 구현되었고 이 번에도 변함이 없다. 캔버스에는 물감을        연꽃이 여여 하여 중도를 이룬다”고 했다. 작가에게 일상적 삶은 “이치의 망상
            칠하지 않은 부분에서 여러 겹이 칠 되어진 부분까지 다양하다.              ”이다. 화려한 색이 규칙적으로 펼쳐지지만 갑자기 꽉 막힌 벽이 일상에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 작가의 이 두 회화적 요소 위에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이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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