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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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Green Horizon, 85x42x22cm, cotton thread, metal thread, gauze, bast fiber, 2021






















                    Alive, 70x130cm, cotton thread, metal thread, gauze, oganza, 2020
                                                                                           작품앞에서 이성은 작가


           굳건하게 지탱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대감을 담는다. 섬유조각과      경직되어 있는 만물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통해 새롭게 깨어난다는 사유는
           연동된 줄기표현 자체가 자연이 곧 인간이라는 상징인 것이다. 혈관이라는 뜻을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성장한 이성은 작가에게 예술의 역할과 자연적 표현을
           가진  <Vein(잎맥)>  시리즈는  인간의  삶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망들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상징하며,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For you>와 연결되는 맥락적 작업이다.
           <For  you>  작업은  관람자가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느낌으로써  직접   작가는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작가로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다른  지역의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여러 텍스처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수직적 면의 레이어가      청년작가들과의  소통이나  협업이  힘든  것”이라며  “소통과  공존이  예술을
           숲으로 변화된 인간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식물과   발전시키듯, 자연과 함께할 때 부산이라는 도시 에너지에 숨을 불어넣지 않을까
           일체화된 인간의 사유는 바로 <Breathe>에서 종합된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섬유라는  재료를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섬유가  갖는
           인간, 섬유가 갖는 자연친화적 속성에서 만나는 색감과 여백, 식물자체의 호흡을    촉각성과  유동성을  재해석하여  의류나  생활용품,  평면을  가로지른  다차원적
           자연과의  공존으로  이끈  작가의  미학이  ‘상호  소통하는  희망의  길’을  이끄는   표현으로까지  이어온  것이다.  섬유조형은  일반적인  회화재료보다  특유의
           듯하다.                                           텍스처가 두드러지고 관람자를 시각적 촉각성에 가깝도록 유도한다. 실의 엮임과
                                                          중첩으로 하나의 '면'이 생성되고 레이어드가 형성되면, 다양한 설치가 가능하기
           섬유의 가능성을 ‘자연친화적 소통’으로 연결하다.                    때문이다.  작가는  섬유가  갖는  ‘지속성’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를
           자연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작품으로 옮겨낸 작가는 자연과 생명이 처한 현재      벗어나기 위해 레진이나 폴리코트와 같은 현대적 재료와 융합, 보완하는 노력을
           상황을 우려하면서, 공존하는 생명을 통해 존재에서 자연으로, 생명이 호흡하는     계속하고 있다.
           공기로, 문화적 공존으로 뻗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이성은의 자연사유적 방식의
           기저에는 인간은 ‘자라나는 존재’라는 성장의 속성이 내재한다. 하이데거는 초기    이성은의 작품들은 자연을 통한 주체성에 대한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생명’에
           그리스 철학에서 읽어낸, 죽어있는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스스로 자라고 변화하는   초점을 맞춘 사유 속에서 우리는 세상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물질’을 의미하는 ‘퓌시스(phusis, 자연)’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퓌시스의   되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창조적 삶을 살아야 한다.  작가는
           속성을  잘  보여주는  존재가  바론  ‘퓌톤(phuton,  식물)'이며,  ‘자라고  변화하고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예술적 형상을 통해 삶의 질서와 예술의 존재가치에 대해
           생성하는  존재’로서의  자연적  원형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읽어내는  새로운   질문한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이번 전시는 삶과 예술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자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감각하고 생동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다.   희망이란 가능성을 깨닫는 계기라고 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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