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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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이종규 Sisyphus-Head 42,  18X22cm, Stone powder on canvas, 2021  이훈 삶-꿈에 관계하다-기다림, 11x10x30cm, 나무, 채색, 2022




                              2022. 3. 31 - 4. 13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91-5458, 평창동)







           여여(如如)한 풍경-산하                                  느낄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까? 그 전까지 고문의 운명이요 고통의 운명으로만

           이종규•이훈 展                                       보이던 시지포스와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걸 백일몽 차원
                                                          정도나마 어림하게 되었다. 봄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겨울이 다시 와도 그 겨울이
                                                          마냥 같은 겨울이 아니요, 가을이 마냥 같은 가을도 아니다. 해가 뜨고 졌다 또 뜨는
                                                          순환이 무의미한 되풀이가 아닐 수 있고, 어쩌면 아니어야 한다. 공자가 세상에
           나는, 우리는, 삼라만상은 어디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태어난 의미를,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알았다는 나이에 다가가지만, 나는 아직
           풍경과 인물의 통합, 그것은 사실 근본, 근원으로 돌아가는 의식(儀式)의 하나였다.   거기까지는 모른다. 다만, 가이아로 돌아가려는 희생의식보다 바위에 짓눌리는 게
           고깃덩이 육체는 일종의 희생(犧牲), 또는 카니발이랄까? 자연의 순환을 나름대로   아니라 바위를 밀어 올리고, 또 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포스의 몸짓이 더 큰 의식일
           돕고자  하는  의식,  혹은  거창한  의식(意識)과  사상과  이데올로기  앞에  내미는   수 있다. 나의 무대는 내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 달리 꾸밀 수 있다. 주어진 무대가
           살의 퍼포먼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더 솔직해지자면 내 자신에 대한 회의의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만든 부분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내 무대, 내 화폭, 그리고 내
           극단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점점 더 가이아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삶.                                    - 이종규 작가노트 -
           가이아에게  나를  돌려주고  싶었다.  가이아는  있는데,  하늘은  없다.  그래서  내
           모습도 뚜렷하지 않다. 빛조차 없는 데 모습이 나올 리 있을까? 내 모습을 찾으려면   또한  이훈은  일상에  삶을  신체와  얼굴이라는  모티브로  형상화  하고  추억을
           빛을 만들어야 하고, 그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늘이 있어야 한다.          소환하거나 고뇌하며 삶에 내재된 의식과 이상적 꿈을 리얼리즘의 조각적 언술로
                                                          나타내 보고 있다  인물상들은 내적 성찰을 하나의 형상(figure)안에 압축하여
           근래 들어서 이런 생각이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듯하다. 아직 가이아를 벗어나진    제시하고 있다. 의미 심장하지만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자세를
           않았지만,  모양을  갖춰  부대낌을  받아들이려는  몸부림,  발버둥.  시지포스!  제   취하고  있는  인물상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작가가  그간  불분명하지만  무언가
           운명의 무게에 짓눌리지만 힘겹게 버텨내는 시지포스! 아직 불을 가져다주지도      내면에 남아 있었던 유예된 것들에 대한 모색 속으로 초대 된다
           못한 채 독수리에게 간만 쪼이는 프로메테우스! 나이! 나이 이야기가 나올 때                                  - 미술평론 기경서 글 중에서-
           그것이 귓전을 스쳐가고 마는 바람이 아니라 가슴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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