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문득(聞得)_마음을 그릴 때 꼭 들어야 할 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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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 영
‘행복한 왕자’는 1888년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에 수록된 작품이다.
마을 광장의 높은 탑 위에 서 있는 금과 보석들로 치장된 행복한 왕자 동상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참한 도시민들의 삶이 가슴 아파 자신의 몸에 장식된 금과 보석들을 떼어내서 그들을 도왔고, 볼품
없어진 왕자의 동상은 사람들의 손에 결국 철거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도우려는 마음을 ‘행복한 왕자 증후군’이라고 이름 지어 보았다.
동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은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했으며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받고 힘들어 보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을 담은 것
이 ‘color(행복한 왕자 증후군)’이라는 작품이다.
나의 작품 속에 있는 소녀 또한 그녀가 가진 아름다운 색들을 새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의 색은 모두
잃게 되어 하얀색만이 남아있다.
나의 것을 나누어 줄수록 나는 없어지는 느낌, 색을 잃고 텅 비어 버린 느낌을 그림 속의 알비노(유전
병의 일종으로 색소가 사라지는 병) 소녀로 표현하였고, 그 색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새를 앵무새
로 나타냈다. 이 작품을 그리는 것은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체성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희생과 사랑으로 조금 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한 왕자는 하늘나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들의 앞날에도 동화처럼 행복 가득한 앞날이 펼쳐지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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