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문득(聞得)_마음을 그릴 때 꼭 들어야 할 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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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앤 미





                        Happy Easter!



                        음습한 습지에서 우아하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나비와 올려다봐야만 하는 햇살 속 꽃을 부러워하며
                        살아왔다. 목마름을 채워주고 나면 버려지는 종이컵을 보며 내 인생 같아 많은 날을 목놓아 울기만
                        했다. 그렇게 눈물이 내가 되고 내가 눈물이 되어 나의 세상이 습지가 되었다.

                        뭐가 제일 힘들었냐면 양치를 하기 위해 칫솔을 들 힘이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회가 내게 준 역할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꾸역꾸역 일을 할 때도 아니었고, 자신의 불
                        만족스러운 존재의 의미를 타인의 부족한 모습에 밑줄을 그어가며 안도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할 때
                        도 아니었다.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동경해 왔던 꽃과 가장 비슷한 색감으로 나를 꾸
                        며가며 카드값을 걱정할 때도 아니었다. 하루 종일 엉뚱한 것만 쫓고 바라보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씻고 먹고 자고 그리고 양치를 하고 다시 잠이 들어야만 하는데 칫솔을 들 힘이 없는 것
                        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눈물이 났다.

                        생명력이 없는 습지에 꽃과 나비를 초대하고 싶었다. 타인과 대화하고 싶어서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두 번째 석사과정이었다. 40대가 시작되었다. 조퇴하고 1시간 30분을 운전해야만 했다. 이런 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꽃과 나비의 온기와 생명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타인과 잘 소통하고
                        싶고 배운 것을 아이들과 나누고파 시작한 공부였지만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타인과
                        나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생명력이 없이 텅 빈 마음은 비워진 채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순도 높은 마음만이 슬픔과 기쁨 그리고 삶의 다양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기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기댈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마음밭에 생명력 가득한 색감의 꽃이 피어났다. 정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한두 송이로
                        도 충분했다. 내 마음이 바뀌니 온 세상이 꽃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깊은 눈물이 빚어낸 진
                        줏빛 나비도 함께 빛나고 있었다.


                        따스하라, 나의 삶이여! 빛나라, 나의 아픔과 눈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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