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1년 06월 이북
P. 89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기억(Remembrance), 43x43x55cm, 황옥. 2016 그리움-그곳에 가면.., 75x42x72cm, 대리석, 2020
2021. 6. 18 – 7. 8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실재로 구성된 환영 젤로의 다윗 조각상이 대리석이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청동이듯이, 권창
남의 가구도 대리석이고 판석일 뿐이다. 그런데 다윗과 생각하는 사람은 누가
권창남 초대전 보아도 그것들이 대리석이고 청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권창남의
가구는 마치 제프 쿤스의 풍선 작업처럼 그 가구들이 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
고 그 가구를 본다. 재료의 물성이 재료의 표상적 처리에 의해 철저하게 착란
글 : 김웅기 (미술평론가, 옵시스아트) 된다. 나무로 표현된 섬세하고 연약하며 따뜻한 가구가 딱딱하고, 매끈하며,
차가운 돌조각이다. 자세히 살펴보고 만져보지 않으면 돌로 만들었다는 것이
돌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권창남은 자기가 만들어 내는 형상으로 대체하는 방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물성의 시각적 정보는 가려져 있다. 재료 자체를 바꾸
식의 작업을 한다. 도저히 돌로써 만들 이유가 없는 전통적 가구를 나무가 아 어 사용하여 그 재료에 붙어있는 우리의 감각을 착란시켜 끊임없이 바라보게
닌 돌로 만든다. 모양은 영락없이 반닫이고, 문갑이며, 경상인데 나무가 아니 만든다. 제프 쿤스처럼 권창남은 물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형태를 통해 끝
고 돌이다. 당연히 가구인데 가구가 아니다. 가구의 외양을 한 조각이다. 가구 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작품이 가구 같으면 같을수록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
의 동상인 것이다. 가구 자체가 그 기능성에서 독립해서 자립적으로 스스로 그 가는 것이다. 껍데기가 완벽하다면 그 본질적 속성은 언제나 가려진다는 마
불멸의 존재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더니스트들의 가구에 대한 술이 펼쳐지는 것이다.
사랑은 가구를 예술 오브제로 사용하여 가구의 기능성을 정지시키며 그 용도
와 디자인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장난을 쳤다. 이사부 노구치, 윈돌 캐슬, 존 매크 돌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이 아티스트는 돌의 물성을 가리면서 사용한다.
랙큰, 드라그셋 & 엘름그린, 아이 웨이웨이, 마크 뉴손 등등이 대표적이다. 이 권창남은 실재로서 돌을 나무처럼 사용하여 나무로 작품을 한 것 같은 돌 조
들은 가구같이 않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크기나 전형적 디자인을 왜곡하기 각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돌이 돌이 아니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도 하며, 심지어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재료로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또 그 돌이 가지고 있는 견고하고 시간 지속적인 이미지를 작품으로 구현하여
권창남은 나무만 사용하는 전통 가구를 돌로 만든다. 모양은 영락없이 그 가 가구가 그 인테리어적 배치에서 자립하여 그 독립적인 존재감을 당당히 과시
구인데, 실제는 전혀 아닌 껍데기만 가구 같은 돌조각을 만들어 낸다. 미켈란 하고 있다. 즉, 돌이 불러 일으킨 마술인 것이다.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