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양상철 개인전 2024. 11. 12 – 25. 2. 23 제주돌문화공원내 오백장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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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글 Curator’s Message
강수지 (제주돌문화공원 학예연구사)
오백장군갤러리에서는 2024년을 융합서예술가 양상철의 《제주, ‘융합 서예’라고 소개한다.
생각하는 바람》전시로 갈무리한다. 양상철의 전통 서예 작품과
현대 미술 제작 방식이 엿보이는 ‘융합 서예’작품 등을 다양하게 펼쳐 관람객은 전통 예술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
보인다. 있을 것이다. 때론 형식을 탈피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현대를
주제로 하는 등 여러 가지 변주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
2018년 제정된 「서예진흥법」에서는 서예란 문자를 중심으로 종이와 으로 필기구 사용이 더욱 감소한 오늘날 여태까지 지필묵의 현주소를
붓, 먹 등을 이용하여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각 예술이라고 냉철하고 처절하게 살펴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만이라도
소개한다. 법이 명시하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서예에 대해 다양한 ‘쓴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지원을 하며 민족문화 창달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서예는 한문
이라는 언어적 장벽, 화선지, 붓, 먹 등 전통적인 재료가 가지는
거리감 내지는 불편함 등으로 인기가 많은 예술 분야는 아니다. 서예를
영어로 번역하자면 ‘캘리그라피(Calligraphy)’이지만, 현대사회에
서 ‘캘리그라피’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가리키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캘리그라피’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나 책 속의 내용은 필기구를 다루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이런 지점에서 양상철은 서예의 시대성, 다양성, 대중성, 현대화를
모색해 온 작가이다. 중학교 때에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서 서예를
배운 그는 대학 전공이 서예가 아니지만, 퇴근 후 작품 활동을 해오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이 흘렀다. 《제주, 생각하는 바람》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제주의 자연, 특히 바람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장이다.
서체 가운데 작가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는 초서는 글씨가 가진
율동성을 미루어 바람에 비유되곤 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금석문
(金石文), 고시(古詩)를 담은 전통 서예 작품에서 초서가 가진 리듬감과
작가의 개성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융합 서예’작품에 속하는 작품들은 세로가 긴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게 작품 규격이 가로가 길거나, 변용된 구도로 제작된 작품이
있다. 천, 캔버스, 목판, 판화지 등 다양한 바탕 위에 작업이 이루어
졌으며 아크릴이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르고, 긁어내고, 문지르고,
뜯어내는 등의 다양한 현대 미술적 방식이 가미된 작품을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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