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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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강명자, 고향의 봄, 73x61cm, 모시에 석채분채, 2015 ⓒADAGP (우) 브뤼셀 IFA 전시장에서 심사중인 A~
러리≫를 통해 알게 된 가장 오랜 인연들이다. 게다가 두 분은 각자 한국화단 보자.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고려 공민왕을 거쳐 조선의 김홍도·신윤복·채용
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소위 『아카데미즘 회화』로 일관하다가, ≪국제 미술 신·김은호로 이어지는 채색화의 계보를 정리하고, 조석진·안중식을 매개로
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 너도나도 유사한 ‘화풍’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국 장우성·김기창·박생광·천경자·박래현·원문자·황창배 등 근·현대 작품을 망라
내 화단> 타성이 결국 자신의 안목을 가리고 진취적 정신마저 탈색시킨다는 하는 결코 흔치 않은 유형의 전시다. 그도 모자라, 희귀한 『민화』도 근대 정신
사실을 각성한다. 뿐만 아니다. 국내화단의 다른 동료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 이 드러난 증거로 다수 출품됐다. 특히 논개·춘향·아랑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 날아드는 무관심을 가장한 질시의 화살을 맞아가면서도 ‘선각자의 고독감’ 내세운 채색화가 중심을 이루며 당대 여성의 삶을 반추한다. 소박하고 때로
을 집요하게 맷돌에 갈아야만 했다. 그러던 우여곡절 끝에 『자아적 회화』라는 장엄한 한국 채색화를 도시 이미지 전략으로 채택한 경남 진주시는 이후 주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별 한·중·일 채색화 전시 등을 이어갈 계획이란다. 모름지기, 『서양화파』가 주
름잡아왔던 《국내 주류화단》에서 그 동안 푸대접 받은 서러움에 대해 ‘비주류
그러나 두 작가의 성향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남매처럼 대조적이다. 고 에게 보내는 갈채’ 아니던가. 특히 『민화』장르는, 한국 미술의 가치를 드러내
이한우 화백은 출생 배경서부터 아무런 담보물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 도 는 작품임에도 한국에는 여태껏 제대로 된 도록 한 권 발간한적이 있었던가.
전을 통해 성실하게 글로벌 경력을 쌓음으로써 오매불망하던 ‘성공의 열매’를 기껏해야 ‘살아있네’ 오기 부리는 정도의 전시 도록이 전부였다. 오히려, 일본
쟁취했던 전형적인 <적립 형> 작가였다. 반면에, 강명자 작가는 초기에 바로 에서는 한국 민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씁쓸한 추억과 함께. 오죽하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살롱 앙데팡당(독립작가협회전)≫에 연착륙한 조선 500년 동안 푸대접 받아왔던 『채색화』가 조선 말기인 19세기에 와서 『민
데 이어, 브뤼셀 ≪IFA(프랑스 예술ㆍ문화원 미술관)≫ 전시회를 통해 성공리 화』와 『궁중장식화』를 통해 기적처럼 부활했던 사실조차 부끄러움으로 느껴
에 현지 미술시장으로 진입했으나 중간에 슬럼프에 빠졌다가 재기를 거듭하 지랴.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해외 반출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미국과 프랑
는 <요철 형>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구미 미술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스의 문화조사관과 민속학자들이 민화를 대량으로 구입해 갔고, 일본에서는
소개된 강명자 작가의『한국채색화』의 경우, ‘수묵’이나 ‘담채’ 위주의 유교적 성 한국 민화를 수입하는 붐까지 일었다. 한국의 민화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
향에 편승한『한국화』작가들의 활동이 미흡했던 관계로 상대적 이점이 돋보이 국,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 감쳐줘
는 작가다. 더군다나 ‘미술시장 비중’면에서 이웃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회화』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민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에 비해 규모 면에서 열악한 편이라서, 현지 관련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희소 단지 ‘서민들의 그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성’이나 ‘잠재적인 가능성’만 검증된다면 독보적인 입장에서 <브랜드 경쟁력 전쟁에서도 꿋꿋하게 전진하면서《글로벌 미술시장》의 대양을 항해하는 우리
및 인지도>를 자리매김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AIAM 갤러리≫ 기함에는 강명자 작가처럼 투지로 뭉친 ‘글로벌 전사’들이
버티고 있다. 아무쪼록 강명자 작가가 이한우 화백과 마찬가지로 【ADAGP 글
이와 병행해, 최근 들어《국내 화단》에서 감지되는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 본 로벌 저작권자】라는 ‘명품 족보’에 대한 자긍심으로 무장해 ‘무소의 뿔처럼 혼
다. 먼저 ≪국립진주박물관·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우리 고유의 빛과 자서’ 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색을 향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하는 『한국 채색화의 흐름』전시의 이면을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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