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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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Am7:00, 100×100cm, shell-mould, Acrylic on canvas, 2021



            고 지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 삶의 여정을 자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 속     었다. 이는 2021년 이전의 작업에서 특히 그랬는데, 다행히도 현재의 작품들
            에서의 순환은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잎을 틔우고 성장       은 그것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것은 바로 대
            한다.”거나 “계절을 지난 꽃은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남긴다.”는 발언은 설    체어(代替語)에 대한 고민이다.
            득력이 있다. 낱낱의 살(輻)이 속 바퀴 축에 모여 둥근 수레바퀴(圓輪)를 이루
            는 삶의 이치, 다시 말해 윤원구족(輪圓具足)의 회화적 표현에 수긍이 가능해      그에게 꽃은 그 어느 것과도 교환될 수 없는 가치일 수는 있으나 어떤 현상이
            진다. 한편 꽃과 같은 자연의 섭리에 기댄 삶에 관한 최항규의 작업에는 사실      나 심상을 비유하거나 대리할 때 하나의 사물내지는 현상에 의탁할 경우 표현
            상 존재에 대한 반성적 사고, 즉 합리성을 바탕으로 신념을 확립하려는 의식적      의 제약이 수반된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렵다. 2007년 작품 <세상 찾기-꽃
            이고 자발적인 행동인 메타인식이 배어 있다. 화려한 색깔과 추상화된 이미지       >에서부터 <세상 찾기-매화> 연작, 그리고 2008년과 2009년에도 이어진 <
            에 가려져 왠지 축제적 삶을 찬양하는 듯보이지만, 기실 그 내부엔 존재에 대      세상 찾기> 시리즈, 2010년 제작된 <다섯 개의 꽃잎>과, <네모 꽃>, 2013년
            한 개념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점과 선, 원 못지않게 중요한 색은 심리의    본격화되어 2016년까지 이어지는 <Internal Feeling> 연작, 2021년에도 선
            표상이며 수사법으로 치면 문답법과 설의법의 주요 근간이 된다. 꽃잎의 이미       보이는 일부 작품까지 15년 가까이 꽃(-과 관련된)을 표상의 정점에 두었으니
            지에서 점차 이탈해 비인지적 이미지로 향하는 근작에서의 형태는 세상과의         이미 할 만큼은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부 작업(그중에서도 <AM 7
            관계 맺기와 주저된 소통을 자발적 감정 대리의 위치를 지정하는 요소이다.        시>과 <어우러짐>은 변별력 있는 작품이다)에선 작가 스스로 꽃과 관련된 것
                                                            들로부터의 탈중심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고, 매체의 다양성에 대
            우린 작가의 사고와 논리를 형성해가는 과정 중에서 만나게 되는 회화의 가장       한 관심이 유효함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앞서 ‘다행히도’라고 했던 것처럼
            기본적인 표출 방식을 접할 수 있다. 그 결과 관람객들은 인식 안에서 미지의      장식으로서의 여운도 희석되고 있으니 선회의 기대도 가질만하다. 그렇기에
            세계로 발을 옮기게 되며 점과 선과 원과 색으로 구성된 흔적들로부터 끊임없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전은 의미적이다. 과거와
            는 유동과정의 일부이자 작가의 유동감각이 만든 결과를 마주한다. 다만 지금       현재를 잇는 과정의 한 페이지라는 점을 비롯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 작
            까지의 작업에선 인지적 이미지(하트나 별 등도 포함된다)로 인해 장식성이        업의 현주소를 열람하면서도 향후 방향에 대해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비평적
            부각되었고, 그렇기에 겉보단 속에 안착된 뜻과 의미를 헤아리기엔 한계가 있       무대로서의 기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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