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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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전시
Relax, 116.7×91cm, shell-mould Acrylic on canvas, 2019
2021. 6. 23 – 6. 29 마루아트센터 (T.02-2223-2533, 인사동)
3cm-세상을 보다 구축하며 통합하는 조형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점과 선과 원은 단지 조형의
근본 조건으로서만 역할 하는 것은 아니다. 기하학성이 대개 그러하듯 그것에
최항규 개인전 는 삶의 본질과 여정, 순환이 배어 있다. 작가 또한 이에 대해 “생각해보면 세
상의 모든 생명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은 인생의 시작과 끝을 의미
하며4), 그 인생은 끊임없이 무한 반복된다. 점과 선이 만나 새로운 면을 만들
글 : 홍경한(미술평론가) 어 우리라는 의미 또는 인생을 만든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나의 점으로
시작하여 하나의 점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늘 새로운 연결고리 또 다른 점을
만들어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 시킨다.”5)고 말한다. 이중 순환을 완성하는 원(
최항규는 자신의 작업 이미지를 ‘민들레 씨’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 圓)은 형태로서의 원을 넘어 시간의 원을 형성한다. 관념의 시간은 다시 ‘공간
자의 판단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들레 씨’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투영된 작 의 이동’이라는 개념을 낳으며 공간의 이동은 작품이라는 일정한 물리적 연결
가 자신이라는 작품의 원형(原型)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바람에 구를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내부엔 재차 ‘자신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는
따로 서로 멀리 가려고 힘을 준다.”며 ‘민들레 씨’를 빗대었을 뿐 실은 그가 말 자발적 깨우침, 자연의 섭리를 배척하지 않은 의도적 도형의 나열로 나타난다.
한 보이지 않는 무언의 경쟁과 얽히고설켜 길고 짧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서 작가는 그러한 반복되는 자연의 섭리를 삶에 빗댄 봉우리로, 활짝 핀 꽃잎으
작가는 물론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 있음을 본다. 그리고 그 한편엔 소리 없는 로,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폭죽으로, 푸른 바다와 알 수 없는 세계에 떠 있는
소통인 수화처럼 평화와 고요, 적막이 있다. 꽃으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등으로 표현한다. 본격적으로 원이 등장하는
작가에게 이미지 못지않게 중요한 조형요소는 점과 선, 원이다. 처음 그의 작 2008년부터 현재까지 그의 작업의 중심이 된 채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다. 점
품을 접했을 때는 시야에 들지 않았던 것들이나, 점·선·원은 화면을 지배하고 과 선 그리고 원을 비롯한 색을 통해 인생을 말하고 세상을 바라보며 꽃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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