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2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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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군 150X70cm 순지에 혼합재료









            해서 시화(詩畫)가 있는 문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개인전 때마다 주제를 바      <호생원> 2021과 <다람돌이> 2021 작품을 보면 작가는 중앙에 시선을 집
            꿔서 야생화와 새를 소재로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이중주로서 대담하고 짜임        중시키는 원구도이고 보색대비로 채도를 높이고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서양
            새 있는 구도와 여백의 공간성을 일필지휘(一筆之揮)로 담아낸다. <기다림에       화는 음영법으로 양감과 무게감을 표현이 쉽지만, 동양화의 평면 속에서 깊
            지친 그대에게> 2015년 작품에서 보면 작가는 전체적으로 돋보이는 화면구       이감이나 부피감이 떨어진다. 창의적인 발상은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소통에서
            성, 유려한 필치와 담백한 용묵법(먹을 쓰는 방법)이 뛰어나다. 의인화된 다람     시작되듯 작업 과정에서 면밀한 관찰과 분석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쥐(민초 상징, 망주석에는 호랑이와 비슷한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를 새기기도       사물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사물의 본질과 근원까지 탐구한다. 순지에 능숙하
            함)를 통해 유유자적한 군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화동원(書畵同源)과       고 노련한 선(線)으로 다람쥐의 큰 눈과 수염, 가는 털과 호랑이의 수염과 갈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의 정신으로 동양화의 주체성을 견지하는 한편, 서양        기, 가는 털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캐릭터화한 다음, 입체감 있는 작품으로 표
            화의 구도와 구성, 새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등 다양한 실험과 발상의 전환으       현하거나 서로 다른 화면을 나누어 구성하고 작품의 이미지가 변환된 렌티큘
            로 개척의 길을 열어왔다.                                  러 기술을 결합하여 착시효과로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
                                                            때 홀로그램처럼 우리의 눈이 지각할 때 2D의 평면 그림은 양안시차를 활용
            특히, 이번 전시회(서주선초대전 가가아트갤러리 2022.1.5.∼1.10)에서 <호  하여 필름을 엇갈리게 배치하면 3D의 입체 그림으로 인식하게 된다. <호생원
            생원> 2021, <다람돌이> 2021 시리즈 등을 선 보인다. 2009년부터 문인화  과 다람돌이> 2021 작품을 보면 자연 생태계에서 호랑이(길상과 수호의 상
            풍 속에서 의인화된 다람쥐를 선보이다가, 어느덧 다람쥐와 호랑이의 모습         징)처럼 최상의 포식자(양반)는 당당하고 위협적인 표정에서 사악한 기운을
            이 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작품으로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캐릭터화된 소재        물리치는 벽사의 기운이 느껴지고 다람쥐(행운 또는 재물과 풍요를 상징)처
            를 현대의 기술인 렌티큘러(Lenicular: 사전적인 의미는 수정체나 양면 볼록   럼 하위의 피식자(민초)는 의연하고 초연한 삶의 모습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렌즈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볼록렌즈를 나열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         위해 상리상생(쌍방의 생물이 둘 다 이 관계에서 서로 이익을 얻을 경우)과 공
            른 이미지가 보이도록 한 기법)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공간을 해        존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회화가 지닌 힘의 대부분은 공간의 조작에서 나온
            체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3차원 홀로그램처럼 형태와 질감, 양감(부피나 무       다.” 제스퍼 존스의 말처럼 사물을 다시 점과 다중 면 분할을 통해 표현한 입
            게) 있는 3차원의 입체(3D 그림)로서 시공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보여준      체주의 회화와 맞닿아있다.
            다. 이것은 새로운 한국화의 회화 세계를 구축(표현)하여 환상과 현실의 경계
            로부터 풍류의 미학을 드러낸다. 전통의 방식에 새로운 현대성(기술과 정신)       <청빈과 부귀의 만남> 2021 작품을 보면 좌우로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표상
            을 담아낸 ‘렌티아트’라는 한국적 신문인화의 길을 열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       과 형태가 는 앞뒤로 서로 교차하는 공간의 흐름 속에서 평면 혹은 바탕의 서
            의 전환으로 본다.                                      로 다른 버전으로 형태(이미지)를 바뀐다. 매화와 목단의 소재에서 청빈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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