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전시가이드 2022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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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백호의 꿈, 53X73cm, 목천위에 혼합재료, 2021 호랭이꽃愛빠지다, 53.3X73cm, 목천위에 혼합재료, 2021
2022. 1. 5 – 2. 5 장은선갤러리(T.02-730-3533, 운니동)
태평성대, 호랭이 꽃愛 빠지다 정남선은 호랑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마다 빠짐없이 호
정남선 초대전 랑이가 등장한다. 포효하는 용맹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희화적이고 해학적이
며 은유적인 이미지로 묘사되는 호랑이는 까치와 모란과 더불어 아름답고 환
상적인 세계를 펼친다. 두려운 존재로서의 맹수 모습이 아니라 마치 반려동물
인 고양이처럼 귀엽게 묘사한다. 고양이처럼 양옆으로 길게 뻗친 수염이며 순
글 : 신항섭(미술평론가)
한 얼굴, 간결한 주름 무늬 등 어디서도 맹수로서의 기상은 보이지 않는다. 물
론 입을 크게 벌리고 이빨을 드러낸 모습도 있으나 결코 무서워 보이는 일은
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해인데다 흑호, 즉 검은 호랑이해이다. 검은 호랑이는 없다.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귀엽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희귀해서 좀처럼 보기 어려우나 엄연히 실재하는 동물이다. 2년 전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일 이렇듯이 그가 묘사하는 호랑이는 해학적이고 은유적이며 상징적인 이미지
이 있다. 오늘날 인도에 7마리 정도의 흑호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 정 를 담고 있다. 호랑이가 있으면 까치가 따르듯이 그의 작품에서도 이처럼 정
확한 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희귀한 흑호의 해를 맞이하여 호랑이를 형화된 조합으로서의 특징을 거스르지 않는다. 더불어 모란이 가세함으로써
소재로 한 그림이 적잖이 미술계를 장식할 것으로 짐작된다. 세화로서의 호랑 전래의 ‘까치와 호랑이’의 조합보다는 폭넓은 조형공간을 확보한다. 모란은 화
이 그림은 용맹함과 날렵함 포악함 등 맹수의 제왕으로서의 권위를 상징할 뿐 중지왕, 즉 꽃 중의 꽃으로 특히 동양의 화가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화목이다.
만 아니라 권위와 벽사 그리고 산신령과 같은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까치와 크고 소담한 모양이 그러하며 무엇보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기에 신분
호랑이를 주제로 한 민화를 통해 익숙해 있듯이, 때로는 해학적이고 은유적 이나 빈부에 상관없이 그림 속의 모란을 사랑했다. 궁중 민화에서 볼 수 있듯
인 이미지로 표현됨으로써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호랑이, 즉 범이다. 이 모란은 짐짓 화려한 장식미를 통해 부귀영화를 염원하는 궁궐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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